(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중동지역 긴장에도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하는 데 따라 소폭 하락했다.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58달러(1.1%) 하락한 51.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 정세와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 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오만해역에서 유조선에 대한 공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한 이후 중동지역 긴장이 팽팽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주말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중동 지역 항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조치를 포함한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감축·동결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갈등이 점차 심화하는 중이다.

이란은 또 핵합의의 핵심인 농축 우라늄 농도 제한을 넘길 수 있다는 점도 강하게 시사했다.

중동 긴장이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했지만, 새로운 악재는 발생하지 않은 만큼 영향도 제한됐다.

오히려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가 지속하면서 유가를 끌어 내렸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5월 산업생산 부진 여파가 이어졌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도 지난주 일제히 올해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한 점도 시장에 부담을 줬다.

BAML은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전망을 기존 배럴당 68달러에서 6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점을 전망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도 지속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도 매우 행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더라도 향후 협상의 방향에 대한 합의 이상의 결과가 도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장관은 OPEC 회원국들은 한 나라를 빼고 다음 회의를 7월 초로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회의를 연기하려면 7월 10~12일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하지만, 중동 불안이 지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연구원은 "이란이 향후 2주 동안 핵합의를 폐기한다면, 이는 중동 지역 긴장을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야 연구원은 또 "지정학적 우려가 WTI 배럴당 50달러 부근에서 지지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다만 유가가 지속해서 오르려면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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