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금리인하가 금융시장을 구원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CNBC는 17일(현지시간) 경제학자와 전직 경제 관료 등의 진단을 통해 ▲관세 또는 관세 위협으로 무역 상대국과 미국 기업의 자신감이 흔들리고 ▲기업의 기존 사업 패턴에 실질적인 혼란이 오며 ▲무역 전쟁의 피해가 기준금리 인하 효과보다 더욱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경제적 피해를 상쇄해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연준의 조처는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7월이나 9월에는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금리인하 효과가 원활하게 작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내년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지난 10년간의 경제 회복기가 위험에 닥칠 것으로 우려했다.

◇ 관세에 따른 미국 기업의 자신감 약화

미국 2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협의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올해 2분기 CEO 경제전망지수는 이전 분기보다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금리인하에 따른 수요 측면의 경기 부양이 관세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미국 기업의 동물적 영혼이 입은 피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글렌 허바드 교수는 "통화정책이 제한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상적인 도구는 아니다"며 "중국, 멕시코와 벌이는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정책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은 법인세 개혁으로 가능했던 기업 투자 이익의 일부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존 사업 패턴에 대한 실질적 혼란

사업 패턴의 실질적 혼란은 더욱 구체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가 미국 기업이 아닌 중국 수입품에 부과되는 것을 자랑하지만, 이는 미국 기업에도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을 맡았던 그렉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이 깨진 것은 통화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금리인하 시기의 문제

관세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연준의 처방 약(금리 인하)이 작동하기 이전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은 "금리인하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약 12개월이 걸린다"며 "관세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경제에 실질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작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관세맨'으로 자칭하기 전부터 올해 경기 둔화를 점쳤다. 현재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2%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베트시 스티븐슨은 "문제는 이것이 경기 순환의 자연스러운 정착인지, 아니면 무역전쟁이 경제에 어떤 혼란을 가져왔는지 아닌지"라며 "후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실제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뱅가드는 이번 주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18개월 사이 경기 침체가 일어날 확률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미 의회예산국 국장을 지낸 더글라스 홀츠-이킨은 "무역전쟁은 '손상'이지만, 여전히 연준이 움직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슈를 상쇄하기 위한 금리인하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충격이나 부채 위기와 같은 더욱 불길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을 줄여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연준이 조금만 더 밑으로 간다면, 완화 정책의 여지는 조금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섬뜩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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