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한진중공업의 자본잠식 우려가 해소되면서 시중은행들도 충당금 환입 채비를 시작했다. 한진중공업 익스포저를 '회수의문'으로 분류했던 시중은행들은 이를 재평가해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계획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농협·KEB하나·국민·신한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한진중공업 익스포저는 4천300억원 정도다.

익스포저 대부분은 대출채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대부분 익스포저를 충당금으로 쌓았고, 신한은행도 60% 이상 적립했다.

올해 초 한진중공업 자회사 수비크 조선소(HHIC-Phil)가 필리핀 현지법인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나머지 은행들도 수백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3년간 누적된 적자로 채무불이행에 빠진 수비크 조선소에 지급보증을 한 한진중공업은 지난 2월 자본잠식을 공시한 뒤 국내외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국내에서 보통주 86.3%의 차등 감자와 6천847억원의 출자전환에 합의하며 채권단이 한진중공업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16.1%로 지분율이 가장 크고 우리은행(10.8%), 농협은행(10.1%), KEB하나은행(8.9%), 국민은행(7.1%), 수출입은행(6.9%), 부산은행(1.8%), 신한은행(1.7%) 순으로 지분이 많다.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농협·KEB하나·국민·신한 등 5대 시중은행의 한진중공업 충당금 적립액은 1천50억원이다. 농협은행이 340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이 270억원,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210억원과 170억원, 신한은행이 60억원가량을 남겨놨다.

이들은 한진중공업 충당금의 75~90%가량을 환입해 2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결국, 3천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의 일회성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900억원, 농협은행 800억원,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각각 700억원, 신한은행이 200억원 안팎의 충당금 환입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당국이 스테이지(Stage) 2로 분류된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워낙 강조했기 때문에 한진중공업도 지난해 실적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며 "사실상 이슈가 해소됐으니 2분기 실적에 이벤트 요인이 발생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최근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해 건전성 대비를 선제로 강화하는 추세라 전체 대손 비용이 어떻게 될지는 확실치 않다"며 "그래도 한진중공업 익스포저가 큰 문제 없이 정리돼 은행권 대손 비용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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