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추가 부양책 시사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환율전쟁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정책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며 계속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번에는 드라기 총재가 또 다른 부양책으로 유로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18일 마켓워치는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펼쳤다며 파월 의장을 비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드라기 총재 차례"라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목표치에 복귀하는 등의 개선이 없으면 금리 인하나 채권매입 프로그램과 같은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유로는 달러 대비 0.2% 하락했고 장중 2주 이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Stoxx 600지수는 1.2%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고, 유로화를 달러화 대비 곧바로 떨어뜨렸다"면서 "이로 인해 그들(유럽)이 미국과 경쟁하는 게 부당하게 더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함께 이런 일들에 대해 수년간 은근슬쩍 넘어갔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로와 다른 통화가 달러 대비 평가절하돼 미국에 큰 불이익을 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연준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이런 적대적인 반응에 여러 무역 파트너와 벌이고 있는 미국의 무역 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정책 담당자들은 수출 경쟁에서 가격 매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노력한다. 이를 시장에서는 자주 최악의 상황에서 경쟁하는 'race to the bottom'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매크로의 프레데릭 듀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악몽의 시나리오"라며 "연준과 ECB는 'race to the bottom'에 돌입하고, 관세와 함께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선임 외환 전략가는 "달러가 유로 대비 과대평가돼 있는 게 맞다"며 "그러나 연준이 2015~2018년에 9번의 금리인상을 했다는 점을 보면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로존이나 다른 경제와 비교해 볼 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매력은 높아졌다"며 "연준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를 통해 미국 경제 팽창을 가속했고, 연준에게는 더 빨리 금리를 정상화하라고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폴리 전략가는 "달갑지 않게 낮은 인플레이션에서 오랜 기간 고통을 받는 어떤 경제라도 통화 약세를 선호할 것"이라며 "여러 경제국이 공교롭게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돼 환율전쟁을 위한 전제조건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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