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 수장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BC는 18일(현지시간) 자사 기자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중앙은행 총재인 제롬 파월 의장도 똑같은 일을 한다고 확신하면서 ECB 수장에게 '환율 조작'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꽤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긴축정책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했다며 계속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번에는 드라기 총재가 또 다른 부양책으로 유로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드라기 총재는 ECB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목표치에 복귀하는 등의 개선이 없으면 금리 인하나 채권매입 프로그램과 같은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고, 유로화를 달러화 대비 곧바로 떨어뜨렸다"면서 "이로 인해 그들(유럽)이 미국과 경쟁하는 게 부당하게 더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함께 이런 일들에 대해 수년간 은근슬쩍 넘어갔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NBC는 "드라기 총재는 연준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금리인하와 추가 양적완화, 또는 유럽 전체가 경기 침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다른 수단을 고려할 모든 이유와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환율 조작이 아니라 미국 경제 상황이 여전히 여타 국가보다 좋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매체는 "미국 내 양(+)의 채권 금리는 세계 국가 부채의 12조 달러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투자자를 미국 국채로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독일과 일본 등의 채권금리는 중앙은행 개입으로 반드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필요가 없지만, 세계 경기 둔화로 이들 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인다고 CNBC는 설명했다.

동시에 "ECB를 강경하게 비난하는 트럼프는 동시에 연준을 맹비난하는(trash) 데도 망설임이 없다"며 "국내와 국외에서 중앙은행 독립성을 해치는 것은 거의 보기 드물다"고 꼬집었다.

CNBC는 "더욱 역설적인 것은 감세와 규제 완화 노력 이외에도 트럼프 자신의 정책이 국내외 경기 성장 둔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라며 "중국과 격화된 무역 전쟁은 미국 산업과 미국 소비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우리는 (차기 대선까지) 앞으로 17개월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모른다"며 "그동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수장들을 그대로 남겨둔다면 글로벌 성장을 둔화하는 어떤 행동보다 더욱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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