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드라기 총재의 추가 부양책 시사 발언에 유럽 주요 국채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로화가 달러화에 크게 밀렸기 때문이다.

드라기 총재는 ECB 포럼에서 전망이 개선되지 않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수 있으며 금리 인하와 자산매입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드라기 총재가 추가 부양책을 언급해 유로를 떨어뜨렸다"며 "이로 인해 그들이 미국과 경쟁하는 게 부당하게 더 쉬워졌다"고 비판했다.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32%로 떨어졌고,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대로 떨어졌다.

유로는 달러 대비 0.2% 하락한 1.1196달러까지 밀렸다.

시장은 현재 오는 9월까지 ECB가 금리를 10bp 인하할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EC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유로 강세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기 총재는 포럼 세션 후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판에 ECB는 환율을 정책의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그는 "우리는 자체 권한과 임무가 있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임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의 '필요할 경우 무엇이든 하겠다'는 카드가 재차 나온 셈이다.

야누스 핸더슨의 앤드루 멀리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드라기의 발언 요지는 선택지는 여전히 유효하며, ECB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진 효율적 중앙은행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준이 7월에 혹은 그 바로 뒤에 금리를 내리면 유로는 1.15달러쯤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면 ECB는 금리를 내려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UBS의 더모스 피오타키스 외환 및 금리 전략 헤드는 "드라기 관점에서 주요 위험은 인플레 기대에 압박을 주는 유로화 강세다"라며 "연준이 다음날 어떤 결과를 내놓든 ECB는 다른 나라가 완화할 여지가 더 많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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