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실손보험에 가입한 A 씨는 감기로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영수증과 진료 명세서 등을 꼭 챙긴다.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해당 보험사의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다.

적은 보험금이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증빙서류를 보험사에 전달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 가입자 중에는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는 등 불편한 청구 방식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실태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20.5%가 약 처방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외래진료는 14.6%, 목돈이 드는 입원도 4.1%에 달했다.

소액의 보험금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영수증과 진료내역서, 진단서 등을 병원으로부터 발급받아 보험사에 우편 또는 팩스, 스마트폰 앱으로 사본을 전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실손보험 간편 청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KB손해보험과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KB손보는 지난 2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과 동탄성심병원에서 무인단말기를 통해 진료비를 결제하면 보험금도 함께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생명도 작년 말 실손보험 간편 청구서비스를 도입해 세브란스병원과 국립암센터, 성모병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전국 7개 병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삼성SDS가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보험사뿐 아니라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보험업계에서는 간편 청구와 관련한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법은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형태로 전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도 숙제다.

의료계에서는 보험사의 행정비용만 줄여주고 국민의 민감한 질병정보를 민간 기업이 축적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인다.

또한 대형 병원에서만 간편 청구서비스가 운영되면서 동네 의원을 자주 찾는 국민 실생활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간편 청구를 운영하는 보험사의 경우 한 달에 많게는 200여건, 적게는 수십건의 청구만 접수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간편 청구가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그전까지는 규제 영향으로 제자리걸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산운용부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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