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해임, 강등, 좌천, 재지명 불가 등 강도 높은 압박 수위에다 "뭘 하는지 지켜보자"는 엄포성 발언까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제롬 파월 의장에게 불어 닥친 트럼프 대통령 발 정치 외풍은 무척이나 거셌다.

금리를 내리라는 갖가지의 강력한 압박에도 파월의 선택은 '동결'이었다. 일견 정해진 답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가장 안전한 답이며 영리한 답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성명서에서 '인내심'을 없애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고, 무역 불확실성, 경제 전망 악화 등 금리 인하를 해야 할 근거도 강해졌다고 강조해 시장을 달랬다.

연준으로서는 이번 달 주요 20개국(G20)의 무역협상 정상회의 결과, 6월 고용보고서 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다. 금리 인하와 관련된 외압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도 주지 않으면서, 상황 봐서 결정하겠다며 여러 선택지와 정책 유연성을 확보했다.

파월은 각종 잡음에도 단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더니 "내게 4년의 임기가 주어진 것은 법적으로 명확하다. 임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I think the law is clear I have a four year term and a fully intend to serve it)"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연준을 비난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선출된 의원들과는 공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논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을 기반으로 한 의장 임기 보장을 천명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상당했다.

FOMC를 불과 한 주 앞둔 시점에서 "연준이 내 말을 듣지 않고 큰 실수를 저질렀다. 금리를 너무 빨리 올렸다. 연준은 우리 경제에 매우, 매우 파괴적"이라고 파월 의장을 공격했다. 전 국민을 향한 생중계 방송에서 한 말이다.

파월 의장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던 인물인 것은 아이러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구하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파월 의장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자 여러 차례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나는 당신과 어쩔 수 없이 붙어 있게 된 듯하다(I guess I'm stuck with you)"는 파월 의장에게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한 동거 전에도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까지 몇 차례 나왔던 상태였다.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6월 FOMC가 시작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흔들기는 극에 달했다. 블룸버그 뉴스가 백악관이 지난 2월 파월 의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방안에 대해 법률 검토작업을 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의 의장직만 박탈하고 연준 이사직은 유지하는 방안을 백악관이 검토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해임과는 조금 다른데, 법률적으로 가능한 실제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파월 의장을 연준 의장직에서 끌어내리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에서 파월 의장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1935년에 개정된 연방준비법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근거(for cause)에 의해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근거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무능, 직무 태만이나 업무상 불법 행위' 정도로 여겨진다.

과거 연준 의장 해임 시도는 말그대로 시도에 그쳤다. "백악관이 어떤 이유로든 해고할 수 없는 관료에 연준 의장은 포함된다"가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2022년까지의 임기를 앞두고 의장직만 박탈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18일 오후 늦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여전히 강등시키길 원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파월 의장)가 하는 일을 지켜보자"고 마지막까지 압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눈엣가시로 여기는 파월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에 돌고 있는 합리적인 추측을 공식적으로 암시한 인터뷰도 나왔다.

스탠리 피셔 전 연준 부의장은 "연준 의장의 임기가 단지 4년이라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대통령이 선거에 승리할 경우 다음 지명은 대통령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대통령의 해임 요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노'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도 '노'라는 뜻을 짧지만 강렬하게 전달했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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