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외식업계 불황이 지속하는 반면에 가정간편식(HMR)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면서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고메·비비고·햇반 시리즈 등 HMR 제품 국내 매출액은 2016년 9천억 원에서 지난해 1조4천억 원으로 커졌고 올해는 1조7천억 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매출액까지 더하면 올해 HMR 매출액은 2조6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CJ푸드빌의 국내 사업은 2016년 76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로 독립시키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알짜배기였던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하고는 빕스와 계절밥상 등 CJ푸드빌의 10여개 외식 브랜드가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해외 법인의 영업손실액을 뺀 결과다.

해외법인 손실까지 더한 CJ푸드빌의 연결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23억 원, 2017년 38억 원, 지난해 434억 원에 달한다.

같은 CJ그룹 내 식품 관련 계열사 두 곳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1인 가구 증가와 가정간편식·배달음식의 인기 등 최근 식문화 변화가 두 계열사 간 엇갈리는 실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MR 시장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하게 되면서 고메·비비고·햇반 등 가정간편식 시장 선두를 달리는 CJ제일제당이 잘 나갈수록 외식 프랜차이즈 점포를 기반으로 둔 CJ푸드빌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시리즈가 잘 팔릴수록 CJ푸드빌의 제일제면소 매출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CJ제일제당이 함박웃음을 지을수록 CJ푸드빌이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공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모든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한데 묶어 간단히 조리할 수 있도록 한 '밀키트' 제품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HMR 시장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전문 셰프가 만든 식사를 집안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단 포부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CJ푸드빌이 그룹의 해외 사업 첨병 역할을 맡아 CJ제일제당 밀어주기의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해외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CJ푸드빌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외식 레스토랑을 통해 '비비고' 브랜드를 선보인 뒤, CJ제일제당이 작년 해외에서 '비비고 만두'로 3천420억 원의 매출을 낸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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