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잘못된 걸 알아도 매일 민감하게 수익에 따라 살다보면…"

지난해 삼성증권 배당입력 오류를 인지한 일부 직원들이 주식 거래에 나섰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던 증권맨들은 한결같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사례가 불거지면서 증권가가 들썩이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고빈도 수탁 거래와 더불어 한화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들의 중국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관련 금품수수 혐의까지 나오면서 고개를 젓는 양상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연봉이 얼마인데 문제가 될 것을 알면서도 몇 억원을 받겠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부정을 저지른 증권사나 직원들이 받는 처벌이 제한적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 제 443조(벌칙)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엄격히 처벌한다.

특히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로 무기징역 사례는 전무할 뿐 아니라 실제 법원의 확정 판결시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벌금이 부당이득에 비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부당이득 산정이 엄격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률상으로는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지만 실제 처벌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위반행위에 따른 처벌을 위해서는 부당이득 산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법원 판결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징이나 몰수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 회원사 제재의 경우 가장 많이 내도 10억원이다.

시장감시규정 제4호에서 '특정 종목의 시장수급상황에 비추어 과도하게 거래하여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할 우려가 있는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를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고객의 주문을 받아 대신 처리하는 수탁사인 경우는 달리 적용돼 제재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고빈도거래로 국내 증시를 교란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추정하더라도 제재금 수위가 높지 않은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고빈도거래에 따른 시장교란 혐의로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의 회원사 제재를 심의했으나 결정은 7월로 연기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경우는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모두 제재를 받은 이례적인 경우였다.

배당입력 사고에 임원급은 직무정지와 함께 향후 5년간 금융회사 임원 취업이 제한되는 제재를 받았다. 직원들도 정직, 감봉, 견책 등을 받게 돼 있지만 제재 수위는 높지 않다.

ABCP 관련 규정도 비슷하다. 증권사들이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의 취급내역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3년 ABCP취급내역 보고 의무화를 담아 금융투자업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증권사가 거래하는 ABCP의 보고의무가 없어 감독당국이 시장 현황 파악이나 신속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감원에 사후 보고하게 돼 있어 해외기업 ABCP 발행시 해외에서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100% 모니터링하기는 어렵다.

주가조작 등의 불공정거래도 법 규정대로 모두 처벌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벌금이나 과징금보다 불법행위로 버는 수익이 더 크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벌금 규모가 크고, 징역형도 합산되지만 우리나라는 처벌을 받아도 이익인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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