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가가 5% 이상 폭등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89달러(5.4%) 오른 56.65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브렌트유 가격은 4.3% 오른 64.45달러까지 올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군의 무인정찰기(드론)가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며 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드론은 국제 공역에 있었다며 이란이 미군 자산을 이유 없이 공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에 대해 "매우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고조하면서 세계석유수송로의 요충인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NG의 워런 피터슨 원자재 전략가는 "그동안 시장은 계속된 중동지역의 긴장을 저평가해왔지만, 지금은 미국과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긴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세는 지난 13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군은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고, 이후 양측이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원유시장이 중동지역의 갈등에 긴장하는 것은 중동이 세계 원유생산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페르시아만과 오만해협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수송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하루 1천900만 배럴가량의 석유가 이동하는 원유의 주요 수송 경로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폭등세로 돌아설 위험이 있다.

RBC의 렐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가는 CNBC에 "만약 미국의 원유 재원이 없었더라면 유가는 절대적으로 100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론이 격추됐으며 트럼프는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트윗을 보내고 있다"라며 "시장은 이번 사건이 수반할 위험의 정도를 알아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가는 원유재고 축소와 달러 약세 흐름 등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9일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약 311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WSJ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인 160만 배럴 감소보다 더 큰 규모다.

오는 7월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회원국들이 회동해 산유량 감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원유 수급 문제가 다시금 주요 재료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하루 120만 배럴 감축 규모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OPEC과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올 하반기로 연장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오르는 경향이 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유가 스토리에는 경제적 부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달러 약세가 분명 유가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7월 초 산유국 회의와 이달 말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 고조되는 중동 정세 등으로 당분간 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될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올 경우 위험자산인 유가가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무역 전쟁이 중단될 경우 주가와 유가가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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