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머지않아 주식, 채권, 외환은 물론 암호화폐도 한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 종류의 암호화폐가 기초자산으로 된 금융상품이 나오기도 하겠죠"

채상우 인블록 대표는 지금은 암호화폐 확산이 국내에서 정체된 상태지만 보안기술을 갖추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한 '크립토금융' 시대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만들어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등장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투기 열풍이 불었다. 이후 사람들은 말했다. 가상화폐는 위험하고, 불안정하며,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러는 동안 조용히 연구에 매진한 이들이 있었다. 비트코인을 거쳐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여러 가상화폐)으로 번져나갔지만 '보안성'은 여전히 큰 과제였다. '인블록'을 만든 사람들은 IBM의 프라이빗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이 갖던 '합의 알고리즘(이용자 과반을 넘으면 합의한 것으로 보는 알고리즘)'을 뛰어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2018년에 최초로 퍼블릭 블록체인의 단점을 극복하고 보안성을 높인 '메타 코인'을 내놓았다.

전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의 암호화폐였다. 보안기술을 가진 IBM조차 놀라워하며 올해 2월에 열린 'IBM THINK 2019'에 발표 세션을 맡길 정도였다. 하지만 때는 가상화폐 열풍이 사그라들었던 2018년이었다.

채 대표는 "그동안 가상화폐라는 이름으로 투기꾼들이 모인 시장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2018년 시장이 무너지면서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암호화폐들에 1차로 없어졌고, 올해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ISMS 보안인증제도 도입으로 거래소 옥석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무늬만 암호화폐이거나 보안이 부실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연 정화되면서 본격적인 기술경쟁 시기가 도래한 셈이다.

메타코인은 현재 제1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최상의 보안등급인 국제 공통평가기준(CC) EAL5+의 메인프레임인 IBM의 리눅스1을 암호화폐에 탑재한 암호화폐다. 암호화폐 사기 대부분이 내부자들 소행이지만 이렇게 하면 메인프레임에서 정보를 빼가도 외부에서 읽을 수 없다. 데이터베이스에 방화벽을 여러 단계 설치는 방식과 달리 해킹의 위험을 아예 차단하는 셈이다. 전송중 위변조가 어렵고, 트래픽이 높아도 실시간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블록은 이 기술을 토대로 누구든 자기가 발행한 코인을 만들 수 있는 이슈토큰, 코인을 담아두는 월렛, 거래 정보를 저장하는 스캔 등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보안성을 갖춘 암호화폐 개발은 크립토 금융의 핵심이기도 하다. 커스터디 거래와 결합할 경우 새로운 금융시장이 생겨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신한퓨처스랩'이나 KEB하나은행 역시 하이퍼레저 기술을 적용한 금융상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 대표는 암호화폐를 보관, 전송하는 '콜드뱅크'를 통해 디지털 에셋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암호화폐 보안성을 갖춤으로써 이를 담보로 한 P2P대출 상품을 만들거나, 기존의 금융상품과 결합해 새로운 상품이 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는 "암호화폐도 분명 개인의 자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주식, 선물옵션 등을 한 곳에서 거래하는 것처럼 가상화폐도 투자상품의 한 분야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힘줘 말했다.

물론 아직은 한계도 있다. 암호화폐 가격은 여전히 급등락하면서 제도권 밖에 있다. 법적 규제도 남아있다. 인블록 역시 투자금을 이더리움으로 받았지만 이더리움 가격이 등락하면서 투자금이 급감하기도 했다. 밤늦게 회사에 있는 경우가 많아 24시간 냉난방이 가능한 사무실도 옮겼다.

10년 이상 개발업무에 매진한 전문가 집단이지만 기술은 계속 변화한다. 2017년에 설립된 인블록이 암호화폐 채굴 모니터링 시스템부터 암호화폐를 활용한 게임, 메타코인 개발, 이커머스시장 플랫폼, 콜드뱅크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이유다.

채 대표는 지금은 국내에서 법적 한계가 있어 기술 개발이 쉽지 않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비트코인 ETF 승인을 검토하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변화하고 있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의 커스터디 자금과 암호화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시장이 열린 후 개발에 나서면 이미 늦은 셈"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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