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그룹이 퇴직연금에 이어 부동산과 자산관리(WM)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매트릭스 조직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일부에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근본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자칫 '자리 만들기'에 그쳐 그룹의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부동산금융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아시아신탁을 비롯해 신한리츠운용, 신한대체투자, 그리고 GIB(글로벌자본시장) 사업 부문 등 그룹 내 흩어진 부동산 사업 부문을 묶어내기 위한 조치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개발신탁부터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품 공급까지 지주사 체제에 걸맞은 부동산 비즈니스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신한은행의 IPS(Investment Product Service) 본부를 GPS(Global Product Solution) 그룹으로 격상해 계열사 조직을 모으는 방안도 올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넥스트 WM' 프로젝트를 통해 논의됐던 이 사안은 기존 WM 그룹에서 상품전략을 담당한 IPS 본부와 채널영업을 기획한 WM 조직을 분리하는 게 골자다.

WM 그룹에 IPS 본부만을 두고 있는 국민은행처럼 IPS 조직의 역할을 그룹 전반으로 강화하겠다는 이야긴데 외부 컨설팅까지 받았지만 채널 통제권을 두고 계열사 간 의견이 엇갈리며 흐지부지됐다.

GPS 그룹 신설에 다시 탄력이 붙은 것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업 부문 매트릭스가 출범하면서다. 은행과 금투, 생명의 연금사업부가 한데 모이면서 떨어져나온 신탁본부 등이 IPS 본부와 상품소싱 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시너지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크다.

신한금융이 처음으로 매트릭스를 도입한 것은 2012년이다. 당시 한동우 전 회장은 은행과 금투 중심의 WM·CIB 사업 부문을 만들었다. 이들 부문장은 신한사태 이후 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자 만든 그룹경영회의에 참석하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0)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조용병 회장은 '원 신한'을 강조하며 매트릭스 체제 사업 부문을 고도화했다. 기존 CIB를 GIB로 끌어올리고, 그룹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GMS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비이자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자 '원 팀, 원 펌' 이란 구호 아래 신한금융의 매트릭스를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늘었다.

매트릭스는 그룹사와 사업 부문 간 체계를 강화해 협업 영역을 늘리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금융당국이 계열사 간 임직원의 겸직 허용 범위를 확대한 것도 매트릭스 운영을 촉진해 금융지주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명확한 성과평가와 분명한 책임 소지 없이는 조직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태생적 비판이 따라다닌다. 씨티, HSBC 등 내로라하는 선진 금융그룹을 따라 국내 금융지주가 앞다퉈 도입했던 매트릭스가 한때 시들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신한금융이 퇴직연금 매트릭스를 신설할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갈수록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규모의 함정에 빠져 오히려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매트리스 신설에 대한 논의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구성원의 피로도 커졌다. 일부에선 매트릭스 부문장을 예비 자회사 CEO로 육성하려는 조 회장의 인사 방향에 힘입어 새 매트릭스를 주장하는 이들이 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매트릭스 부문장 다수가 자회사 CEO로 추천된 데 대해 조 회장은 '그들은 멀티플레이어다. 앞으로 그 자리가 특히 중요한 자리로 부각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한금융 한 계열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자산관리 신사업에 집중하다보니 매트릭스가 산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퇴직연금이든 GPS든 조직이 늘어나는 틈을 타 자리만 차지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체제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부문제를 당국이 앞장서 활성화한 것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이었다"며 "매트릭스 만능주의보단 과거 옥상옥 구조에서 탈피해 투명하고 전략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는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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