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엄지족의 역습
[데스크 칼럼] 엄지족의 역습
  • 고유권 기자
  • 승인 2019.06.2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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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요즘 대형 유통업체는 침울하다. 그간 유통시장을 지배해 온 대형마트가 느끼는 공포감은 더 심각하다. 반년 장사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적자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연말엔 직원들을 내보낼 수도 있다는 불길한 얘기도 회자된다. 유통시장의 위기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기다. 백화점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그나마 대형 백화점 한 쪽에 붙어 있는 면세점 정도만 근근이 생명을 유지할 뿐이다.

고객들은 더는 물건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파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온라인 쇼핑액 증가 추이를 보면 드라마틱하다. 작년에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한 금액이 111조8천939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4월부터 1년 간 월별 구매 금액을 보더라도 매월 9조∼10조 원대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더욱 두드러진 것은 모바일을 통해 물건을 사는 비중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의 경우 그 비중은 62.8%로 1년 전 59.5%보다 3.3%포인트(p) 증가했다. 전국에 마트가 산재해 있지만, 고객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다. 엄지족들의 반란이자 역습이다.

26년 전인 1993년 신세계가 서울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내면서 시작된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시대는 서서히 지고 있다. 요즘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빙워크도 없던 시절이지만 유통업계에선 새로운 혁신이었다. 이후 대형마트는 우리의 소비행태와 시장 자체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인구구조와 세대 간 소비행태의 급격한 변화로 혁신의 아이콘은 허우적거리는 퇴물이 됐다. 그렇다고 대형마트들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 트렌드에 맞춰 매장 혁신에 몸부림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에 맞춰 물류와 배송 시스템도 재정비하고, 인력 배치도 좀 더 효율화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유통 공룡들은 사업 다각화도 꾀한다. 기존의 마트를 창고형 매장으로 바꾸고, 마트에 더해 다양한 소비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다. 고객들이 다시 기꺼이 신발을 신게 하자는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고객들이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더는 물건만 사러 가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늘어나는 복합쇼핑몰이 단순한 소비 매장이 아닌 에버랜드와 같은 놀이 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물건을 사기 위해 수백개의 매장을 일일이 들르지는 않더라도 밥 먹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어 준다면 고객들은 기꺼이 한 번쯤 스치듯 이라도 매장을 찾게 된다는 생각이다. 나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하려는 시도들이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특히 정치권이 더 그렇다. 매월 2회 대형마트의 휴무를 강제화시키더니 이젠 복합쇼핑몰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가 포용을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입법과 정책은 정권에 상관없이 언제든 필요하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이 소상공인과 직접적 경쟁 대상인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시장에서 공룡은 오프라인에 존재하지 않는다. 손가락 몇 번 움직여 24시간 내내 주문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돼 버린 세상이다. 그런데 구닥다리 같은 규제를 다시 들이대려는 시도는 좀 아닌 것 같다. 온라인 쇼핑몰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려는 입법 시도를 본 적이 없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중소상공인과 고용된 인력만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오프라인에서 진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하다. 조선사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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