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 매입을 통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나섰다.

델타항공은 21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이면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 관계 강화와 고객 편의 향상, 시장 지배력 확대, 파트너십을 통한 성장기회 확보 등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의 가치를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조인트벤처는 기존에 델타항공이 맺은 파트너십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은 현재 태평양 횡단 조인트벤처를 함께 운영하며 미주 290여개 도시와 인천을 포함한 아시아 내 80여개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니애폴리스~서울과 시애틀~오사카, 보스턴~서울 직항편을 신규 취항하기도 했다.

델타항공의 이러한 입장은 KCGI와의 경영권 갈등 과정에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끌어 올리면서 조 회장과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을 포함해 한진그룹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3% 수준이다.

이번에 델타항공이 가세해 우호세력으로 나서면서 한진그룹은 KCGI보다 지분율을 두 배 이상 앞서게 됐다.

델타항공이 향후 한진칼 주식을 10%까지 늘릴 경우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전체우호 지분은 38.93%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과 델타항공과의 각별한 관계는 고 조양호 회장 때부터 지속돼 오고 있다.

현재 325개 노선을 운항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이 주도한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스카이팀은 여객 분야의 국제적 항공동맹체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의 4개사가 창설했다.

고 조양호 회장은 가장 규모가 컸던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에 대응하고자 글로벌 항공업체들과 새롭게 스카이팀을 구성했다.

지난 4월 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했을 때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는 "세계 항공업계의 권위자이자 델타항공에게는 대단한 친구였다"며 고 조 회장을 추모하고, "전 세계 델타항공의 모든 임직원들이 유가족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고 애도하기도 했다.

고 조 회장의 장례 때는 스티븐 시어 미국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이 직접 빈소를 찾기도 했다.

또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는 지난 1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총회에서 조원태 사장에 대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파트너십은 강하고 견고하며 잠재력도 크다"며 "대한항공과는 스카이팀 창설 때부터 20년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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