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문명사적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1세기를 지배할 4차산업 혁명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글로벌 금융시장은미·중 두 정상의 회담을 빌미로 환호했지만 성급한 감이 있다. 미중양국간 무역수지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해결될 사태가 아니어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오는 28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전격 회동할 전망이다.

20세기 중국 최고의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미·중 무역전쟁을 이미 오래전에 예견했다. 너무 이른 미·중 패권 전쟁을 벌이지 말라는 게 그의 유훈일 정도였다. 무역전쟁을 피하는 방법과 막상 벌어졌을 때 전략까지 소상하게 일러뒀다.

덩은 중국 지도부가 100년간 유념해야 할 외교전략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절부당두(絶不當頭·절대 우두머리가 돼 앞장서서는 안된다)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할 때 해야 할 일을 하는 등 적극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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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 에즈라 보겔 교수가 쓴 '덩샤오핑 평전-현대중국의 건설사(사진)'에 따르면 덩은 이 3대 원칙을 바탕으로 청나라 이후 150년간 어떤 중국 영도자도 이루지 못한 부국의 꿈을 이끈 지도자다. 덩은 3대 원칙 이외에도 실력우선주의를 정착시키는 등 13억명 인구의 중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에즈라 보겔 교수는 평전을 통해 덩이 관념이나 무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반드시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과 헌신을 바탕으로 중국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덩은 대폭발 혹은 충격적 변화를 의미하는 빅뱅(BIG BANG)보다는 단계적 전진을 선택했다. 제도(system)만 당연시하는 서방의 경제학자들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꿰뚫어 봤기 때문이다.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와 환경에 맞는 규칙보다 잘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덩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통이 가중되는 시기의 처세에 대해서도 한 수 가르침을 남겼다. '▲냉정하게 관찰하라▲내부 진영을 공고히 하라▲침착하게 응대하라▲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게 덩의 위기대응 매뉴얼이다. 덩은 중국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 밑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이런 위기 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현대 중국 발전의 전략을 완성한 국가 지도자다.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선다는 의미에서 그의 별명도 부도옹(不倒翁 :오뚝이)이다.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시주석이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난 대목을 덩의 매뉴얼에 대입해 해석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동안 세계 정세 등을 관찰하던 시 주석이 내부 진영(북한과 연대)을 공고하게 한 뒤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여지도 있어서다.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외교노선을 용도폐기하고 '화평굴기'의 노선을 채택한 야심가다. 사실상 종신형 지도자인 시 주석이 재선 도전을 앞둔 미 트럼트 대통령을 상대로 도광양회나 절부당두보다 '굴기' 노선을 강화할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굴기는 '산이 우뚝 솟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로 미국의 일방주의 세계 전략에 이견을 제시한 21세기 중국의 새로운 외교전략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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