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채권금리가 지난주 동시다발적으로 급락하며 세계 경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고, 주요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를 막아서기 위해 더욱 압박을 받는 것으로 풀이했다.

23일(현지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2%선이 붕괴했다. 독일과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각각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고, 호주 금리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다시 세웠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채권 금리의 붕괴는 올해 봄 이후로 냉혹하고 재빠르며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이에 따라 수 년간의 통화완화 이후 세계 경제가 통화정책 정상화로 돌아갈 만큼 견고할 것이란 기대는 뒤집혔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글로벌 금리 급락세를 시장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기 때문이란 얘기다.

다른 시장에서는 엇갈린 신호도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를 지난 주에 경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향후 경기 침체를 막아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크레디트 스프레드 역시 제한적으로 확대되는 데 그쳤다.

채권금리의 급락세는 다양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중국 경기는 둔화하지만 실제 위기에 대한 두려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나, 실질 물가 지표의 하락세는 제한적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위협은 세계 무역에 걸림돌이지만, 무역이 완전히 붕괴할 조짐은 없다.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생산성 저하도 금리 하락 요인이다. 이런 구조적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가 눈에 띄는 인플레이션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자산운용의 실비아 달엔겔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령화는 잠재 성장률의 하락을 의미하고, 이는 결국 저축을 늘리고 투자는 저해한다"며 "이런 요인을 실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고군분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중앙은행은 이를 더욱 악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변화를 미국보다 더욱 빠르게 직면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채권금리가 제로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독일 10년 국채금리는 지난주 역대 최저치인 -0.32%까지 하락했다. 1년전 0.5%와 크게 차이 나는 수준이다.

독일 소재의 브렌버그 투자은행의 안스가르 놀테 운용 헤드는 "분명히 수급 상황도 뒤바뀌었다"며 "안전자산을 사고 싶어도 기회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16조달러인데, 독일 국채 잔액은 1조7천억달러에 불과하다. 글로벌 투자자는 독일 이외의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금리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역대 최초로 0%선에 도달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수십년 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공격적인 통화완화에도 건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투자자는 고금리를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SMBC 닛코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일본의 유럽 채권 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3배나 급증했다.

카다노의 케이스 구스리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시장은 실제 우리가 심각한 경기 둔화나 경기 침체에 직면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 캐나다와 호주 채권을 사들였는데, 이곳은 소비자와 주택시장의 레버리지가 높게 형성된 곳"이라며 "즉, 중앙은행은 디폴트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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