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영화 '기생충'이 박스오피스 900만을 돌파하면서 흥행 돌풍 중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는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처음으로 받으면서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에 한류의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도 나온다. 영화 제작 스태프가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여준다. 영화 속 두 가족의 행동과 대사는 양극화를 상징한다. 두 집의 격차는 끊임없이 이어진 가파른 계단으로 나타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가 경계를 넘어 결국 도화선 역할을 한다. 사실 그동안 칸은 계속 사회 구조적인 소득 불평등, 빈부 격차, 가족해체 등을 주목해왔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도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은퇴한 목수가 민영화된 정부 시스템에서 고전하고, 연고 없는 싱글맘 가족과 서로를 돌봐준다. 2018년에도 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어느 가족'에 대상을 안겼다. 이 영화는 일본 정부의 축전을 받지 못해, 아베 총리가 외면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또 자신을 돌보지 않을 거면서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 레바논 소년 '자인'의 이야기를 담은 '가버나움'이라는 영화에도 심사위원상을 안긴다. 가버나움은 예수님이 많은 기적을 일으키며 활동한 도시 이름이다. 하지만 2천년이 지난 지금 가난은 있어도 기적은 안 보인다.



얼마 전 사상 최대인 11년의 경기확장 기간을 기록한 미국에도 그늘은 있다. 칸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는 주변에 빈집이 남아돌아도 싸구려 모텔에 살아야 하는 소녀 '무니'와 어린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도 '매직 캐슬'이고 디즈니랜드와 가깝지만, 그 안의 삶은 동화가 아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뿐 아니라 최근 칸 수상작은 절망이란 주제에 관한 연작이다. 영화는 현실의 거울 역할을 한다. 불평등 분야의 석학 블랑코 밀라노비치는 미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민보다 93배나 더 많은 소득을 번다고 계산했다. 이유는 단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종의 '국적 프리미엄'이다.



밀라노비치는 앞으로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사회적 긴장과 정치 투쟁도 자주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평등으로 치러야 할 비용은 미래 성장동력의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 고령화로 구조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을 겪는 나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이는 개별 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주 일본 오사카에서 세계 선진국 모임인 G20 회의가 열린다. 여기서 美·中 무역 분쟁뿐 아니라 이란, 난민, 기후 변화, 에너지 등의 문제가 논의된다. 최근 '노란 조끼' 시위를 겪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의 심화로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전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해결책이라면 섬뜩하다. G20 지도자들은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기대해본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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