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여력이 많지 않다고 언급하면서 3년 국채선물이 장중 20틱 넘게 급락하는 등 서울채권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지만, 두 차례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장 막판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소위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보다는 명목금리 하한을 낮출 수 있는 한도가 높을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 볼 때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많다고 얘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많이 낮아져서 1.25%까지 내려간 적이 있다"며 "현재 1.75%가 됐는데, 과거 기준으로 볼 때 1.75%가 여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개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한은 총재의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발언에 시장이 약해졌다"며 "다만 대세적인 롱 장이 끝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중개인은 "두 차례 인하한다는 전망은 다소 흔들리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기준금리를 인하는 할 텐데 애매한 상황이 됐다"며 "지금 시장은 2회 인하를 선반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가 물가 둔화를 시인한 점은 한은의 비둘기적 입장을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도 "당분간은 물가상승률이 1%를 밑도는 낮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물가여건을 설명하면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물가의 수요압력이 약화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통계에서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9.1%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0.8% 줄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복지 정책과 유가 하락 등 한은이 그동안 강조했던 공급측면의 물가 요인 못지않게 경기에 따른 수요측의 물가 둔화 압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과거보다 강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이 약해진 모습은 보인다"며 "정부 특유 요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측면도 나타나서 물가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차례 인하가 불투명해진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시장 금리는 실질적으로 아직 2번 정도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상황으로,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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