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공제회가 금융업계 인재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공제회들이 서울 중심가에 위치해 입지가 좋고, 장기근속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출자자(LP)로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해 볼 수 있다는 것도 공제회의 장점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한 '중고 신인'들이 공제회에 들어가 커리어의 최종 종착지로 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전주 이전 전후로 운용역이 계속 이탈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국민연금의 2015년 운용역 퇴직자가 10명, 순채용 62명이었으나, 기금본부 전주 이전 발표 후인 2016년에는 퇴직자가 30명으로 늘고 순채용은 23명으로 줄었다.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순채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해 퇴직자 수는 34명으로 늘었다.

과거 기금본부가 서울 강남에 위치할 당시에는 '신사동 호랑이'로 불리며 금융투자업계 커리어의 최고봉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수백조 원의 돈을 굴리면서 금융시장과 소통하고, 나라를 대표하는 연금에서 일하는 자부심도 메리트였다.

지금은 시장의 운용역들에게 기금본부가 경력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기금본부를 군대에 비유하면서 2~3년만 버티고 오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

기금본부 전주 이전 이후 다른 기관과 보이지 않는 부가급여(fringe benefit) 격차가 커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금본부는 3년 이상의 경력직을 대부분 채용하는데, 능력 있는 인재가 전주까지 내려오기에는 기회비용이 상당하다.

운용 인력들이 상당수 여의도 등 서울 핵심 지역에서 근무하는데 전주로 내려가려면 당장 가족들과 멀어지게 되고, 금융시장과의 소통이 줄어들어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교통, 문화 등 인프라 격차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이후 기금본부를 지켜보는 시선도 많아졌고, 기금본부에서 운용에만 집중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정감사에 감사원 감사, 내부 감사까지 보고서 작성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 일을 하기 힘들다는 불만도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공제회의 몇십배에 달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위상도 해외에서는 차이가 있다.

기금운용역이 전문계약직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계약 연장을 통해 공공기관으로서 장기근속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직장이다.

단순히 급여를 시장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처우를 파격적으로 개선해 기금본부에 남아있도록 한다면 기금본부도 신의 직장이 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연기금 중 유일하게 기금본부는 3개의 해외사무소를 가지고 있는데, 해외 파견을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에 시장의 인재들이 몰려, 다시 나가고 싶지 않게 만들어야 전문성이 확보되고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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