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전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간담회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크게 출렁인 가운데 이후 시황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기준금리 인하를 가리키는 국내외 경제와 수급 상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이 다시 강세로 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채권시장이 2번의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했다가 이를 1번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큰 폭의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이주열 총재는 오찬간담회에서 최근 몇 주 사이의 비둘기적 행보를 일부 되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와 관련해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실물 경제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며 보류하는 입장을 취했고, 현재 통화 정책은 실물 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또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없이 경기가 어렵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단선적인 판단'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총재 발언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통화 당국은 항상 시장보다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시장과의) 괴리가 얼마만큼 축소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는 다시 내려갈 것"이라며 "수급이 계속 받쳐주기 때문에 경기 둔화 우려를 상쇄할만한 약세 재료의 추세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기 악화와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시중 자금은 채권시장으로 계속 유입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금융기관 수신고(화면번호 4940)에 따르면 6월 20일 기준 채권형 펀드의 잔고는 117조 원 가량으로, 올해 초의 102조 원 수준에서 10조 원 넘게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혼합형의 잔고가 작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채권형 펀드 자금의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다만 이 총재의 매파적 발언 효과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시장이 그동안 과열 상태였기 때문에 약세 재료에 민감해졌고, 롱 심리를 다시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는 실제적인 지표의 확인이 필요해졌다는 주장이다.

국채선물이 최근 6주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의 과열 징후는 뚜렷하다.



<10년 국채선물 주봉 차트>



또 이 총재가 지표 확인의 필요성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를 아예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 총재는 전일 "대외리스크 요인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주에 예정돼 있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산업활동 동향 등 새로 입수되는 실물경제지표를 조금 더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성장세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시장 금리 레벨이 워낙 과열돼 있어 총재 멘트 하나하나가 호키시(hawkish)하게 다가왔다"며 "총재가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를 원천 차단하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다시 확인하려면 2분기 경제지표를 봐야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한은 총재인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인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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