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글로벌 환율전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경제정책 수장의 환율 발언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원화 강세를 원한다고 해석할 경우, 가파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아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환율과 관련 "긴장감 있게 모니터링 했는데, 최근에 1,150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은 굉장히 소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얼마 전만 해도 달러-원이 1,200원을 위협하며 가파르게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발언이지만, 대외환경이 원화 강세를 호재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특정 환율 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이번 발언이 정부가 원화 강세를 원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총리의 환율 발언을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주목한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환율전쟁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등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를 유도할 경우, 우리나라도 그 흐름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으리란 게 이들의 판단이다.

수출이 이미 부진한 가운데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까지 감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주요국이 연쇄적으로 통화완화에 나선다면 채권시장 예상보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 폭도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전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전방위적으로 약세를 보여 우려를 더 했다. 달러-엔은 5개월 반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의 실적 개선 요인인데, 트럼프 정부가 금리를 낮추는 데 이어 증시 부양에 풀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환율을 안 본다고 하지만, 시장 상식으로 보면 자국 통화 강세는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며 "유럽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통화정책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무역 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를 환영한다는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시장에서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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