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을 획득한 KB금융지주가 이번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도전한다.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유인이 커지면서 그간 국제신용등급에 무관심했던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나서는 모양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하고 S&P의 신용등급을 획득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국제신용등급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대하는 신용평가사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무디스가 연이어 신한금융과 KB금융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만큼 경쟁관계에 있는 S&P의 신용등급을 획득하는 것도 한층 수월해졌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무디스와 논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제신용등급에 부정적이었던 KB금융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이후 무디스와 S&P가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한 연례평가를 진행할 때마다 지주 차원의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24일 무디스로부터 'A1'을 부여받은 것은 그 첫 성과다.

KB금융이 연내 S&P 신용등급까지 획득한다면 곧장 외화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지주의 관심이 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은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더 많다.

국제신용등급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일종의 체력평가다. 통상 지주사는 자회사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다. 수익과 배당을 자회사에 의존해서다.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지속해서 관리하려면 적잖은 인적·물적 비용도 소요된다. 그동안 금융지주가 은행에 의지해 외화 자금을 조달한 이유다.

KB금융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다행히 국민은행은 해외 투자자에게 인기가 좋다. 25일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도 한 시간 만에 20억달러 가까운 주문이 몰렸다. 덕분에 당초 4.7%였던 발행금리는 4.35%로 낮아졌다.

비용만 따진다면 KB금융(A1)보다 국민은행(Aa3)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유리하다. 그런데도 KB금융이 무디스에 이어 S&P까지 도전하는 것은 외화 운용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전략과 맞닿아있다. 원화 대출자산에 기반한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투자를 늘리려면 건전성을 포함한 유연한 자본정책이 필수다.

KB금융 관계자는 "결국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게 핵심"이라며 "지주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레버리지 비율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한금융이 무디스의 신용등급을 획득한 지 일 년 만에 S&P까지 선점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중 복수의 국제신용등급을 보유한 곳은 신한금융뿐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8월 무디스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올해는 5억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외화 후순위채로 발행할 계획이다. 내달 초에는 이를 위한 NDR(넌 딜로 드쇼)도 준비 중이다. 복수의 국제신용등급을 보유한 발행사는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이다.

신한금융에 이어 KB금융까지 국제신용평가사의 문을 두드리면서 다른 금융지주도 바빠졌다. 효율성만으로 자본정책을 운용하기엔 시장과 규제가 달라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해외 IR에서도 지주와 은행의 자본정책을 나눠서 물어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신한과 KB의 행보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국제신용등급은 대내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라는 관점에서 중장기 과제로만 생각했다"며 "M&A 등 앞으로 이어질 이슈를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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