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상할 때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기대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주장이 제기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적용한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한국은행이 경기와 물가의 둔화에 쫓겨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에 현재 통화정책이 이미 충분히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재고할 만한 여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은행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향후 1년에 대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2%다. 0.6%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1.6%포인트 높다.

명목금리(기준금리 1.75%)에서 인플레이션을 빼서 구하는 실질금리 공식에 소비자물가지수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면 실질금리는 각각 1.15%와 -0.45%라는 결과가 나온다.

민간의 물가 체감을 반영한다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현재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설문으로 전망을 듣고 산정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를 대체해 통화정책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간담회에서 "중기적 관점에서 향후 물가전망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실질 기준금리가 앞으로는 다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리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할 수 있는데,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할 경우에는 실질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는 다양하다고 제시한 뒤 "현재 통화정책은 실물경제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한은이 조사한 기대인플레이션 이외에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도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25)에 따르면 26일 기준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1.033%다. BEI는 일반 국고채와 물가채 금리의 차이로, 시장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을 나타낸다.

기준금리에서 BEI를 빼면 0.717%로,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소비자물가로 구한 실질금리 1.15%보다 훨씬 낮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 자체도 하락 추세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현실의 저물가 영향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여기에도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은이 산출한 올해 1~5월의 기대인플레이션 2.2%는 작년 하반기 2.5%에서 0.3%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대인플레이션에도 꾸준한 하락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고, 글로벌하게 어쩔 수 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을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물가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면 1995년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기 이전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동조하며 빠르게 하락했다"고 경고했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9시 4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