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CJ·신세계·SPC·농심·동원 등 식품·유통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유통업체들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는 현재까지 미국 사업에 약 30억 달러(약 3조3천억원)를 투자했다. 이 가운데 28억 달러(약 3조원)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집행됐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 직후 언급한 대로 미국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경우 누적 투자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한다.

CJ그룹 내부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미 냉동식품 전문업체 쉬완스컴퍼니와 비비고 만두 공장 등을 중심으로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 등으로 올해 미국 시장에서만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CJ 관계자는 "쉬완스 인수로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한 만큼 현지 생산기반 확대, 브랜드 인지도 향상,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지만 공장 증·신설을 포함해 추가 인수·합병(M&A)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5년 미국에 진출한 SPC그룹은 현재 뉴욕·샌프란시스코 등에 78개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인데 내년까지 미국 전역에 300개의 파리바뜨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매년 150개 이상의 매장을 늘려 2030년까지 2천개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C는 파리바게뜨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는 현재 미국에서 총 2천5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했는데, 파리바게뜨 매장이 늘어날수록 관련 부문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 10년 뒤에는 미국 현지에서 총 6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농심도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05년 로스앤젤레스(LA)에 라면 공장을 세운 농심은 지난해 말 생산라인 한 개를 추가했지만, 미국 현지의 수요 증가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올 초부터 2공장 건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다.

농심 미국법인 매출은 2015년 1억5천6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억2천500만 달러까지 3년 만에 50% 가까이 급증했다.

농심 관계자는 "LA 공장 가동률이 최대에 달할 정도로 당초 예상보다 미국 시장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비한 다양한 추가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미국 등 해외 매출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도 온라인 중심 시장 재편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마트도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현지 유통기업인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한 것을 발판으로 내년 하반기 LA에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이 결합한 식료품점인 그로서란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히며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아시안 식품을 판매하려고 한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도 이마트가 진출했지만,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남아를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면 미국 시장을 통해 K-푸드의 전 세계 확산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유통사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가공식품 최대 소비 국가인 미국에서는 한국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성장성이 밝다"면서 "정치·문화적 뒷받침이 되는 상황에서 유통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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