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윤시윤 기자 =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매파 성향의 평가대로 금융안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경기 우려 발언을 이어간 데 따라 기존의 매파적 분위기는 한층 누그러졌다는 게 금융시장의 평가다.

고 위원의 펀더멘털에 대한 고민은 모두발언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잘 드러났다.

고승범 위원은 3일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 누적을 지적하면서도 "통화정책이 거시경제정책인데 경기나 물가 상황을 신경 안 쓰고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금통위원 기자간담회는 금통위원이 준비한 모두발언을 듣고 이에 대해 출입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다.

고 위원은 금통위원 중에서도 매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그해 10월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고 위원은 모두발언에서 금융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며 "통화정책 수립 시에도 이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고 위원의 속내가 드러난 건 질의응답이었다.

이날 정부가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기존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만큼 기자들의 질문도 물가 및 수출 부분에 집중됐다.

이에 대해 고 위원의 답변은 경기에 대해 우려 일색이었다.

그는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경기나 물가를 무시할 수 없다"며 "경기와 물가 상황이 작년 우리 생각보다 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은 전망도 하반기 경제가 개선된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여건이 안 좋고, 중국 수출도 안 좋고, 반도체 여건도 안 좋다"며 "하반기 회복될 거라 하는 믿음이 점점 약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 위원은 실물 경제 회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느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나 수출, 설비투자 등 GDP에 미치는 영향이나 낮은 물가도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고 위원은 금융안정과 경기와 물가 상황 사이에서 정책을 펼치기에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정책을 적절한 타이밍에 잘 해야 한다"며 "말은 쉬운데,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 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도 주목해야 할 이슈라고 언급했다.

그는 "작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는데 방향이 바뀌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와 일대일 관계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부분을 신경 안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하반기 및 내년 경제전망과 미·중 무역분쟁 전개 방향과 이에 따른 수출 영향을 꼽았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고 위원의 경기 우려 부분에 주목하면서 매와 비둘기가 혼재된 '매둘기'란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금리 선물도 약간 밀렸다가 위로 갔고 이 시점에서 원화 또한 약세로 보는 게 맞아 보인다"며 "시장 가격 움직임을 보면 고 위원 발언은 비둘기파적으로 봐야 할 것이고 오히려 너무 늦게 언급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및 여타 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일본 무역 제재 등 원화에 특정적으로 악재가 나온 상황이라 금통위원의 발언을 매파적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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