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투자업계의 기를 살려주려는 정치권과 당국의 행보가 거침없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투업계 인가 규제를 대폭 완화한 조치를 발표했다. 금융투자업에 최초 진입하는 회사엔 인가제를 적용하겠지만, 기존의 회사들엔 등록제를 적용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모든 금융투자의 라이선스를 가진 종합증권사가 생길 길이 열렸고 복수증권사도 설립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감독기관의 조사나 검사를 받은 회사의 경우 6개월 규정을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후 6개월 이내에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문제로 발행 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 어음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해 당국으로부터 법 위반이라는 판정은 받았지만, 기관경고나 대표이사 직무 정지 같은 중징계는 피했다. 오랫동안 끌었던 제재가 일단락되면서 한투증권은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규제와 감독으로 일관했던 당국의 입장이 이제 경제 활성화라는 대전제 아래 규제 완화와 산업육성으로 기조를 잡은 모양새다. 당정이 23년 만에 증권거래세를 인하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규제 완화 과정에서 업계의 얘기를 들으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국회는 여러 차례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사방팔방 얽혀있는 규제의 그물을 걷어내려 힘쓴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나마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회복에 방점을 둔 것 같아 반갑다. 최근 행보가 혁신성장의 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당국의 설명에도 공감한다.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제조업 르네상스와 함께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가 경제회복의 지렛대가 되길 기대한다. 그간 규제와 제재에 발 묶여 있던 금융회사들은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규제 완화엔 필연적으로 따르는 리스크가 있다. 금융업의 본질인 돈 벌고 싶은 욕심이 엉뚱한 방향으로 극대화되면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벤처 거품 때 여실히 경험했던 일이다. 잘못이 생기더라도 덮여선 안 되고, 또 다른 잘못이 발생해서도 안 된다. 규제를 완화하되 그에 걸맞은 감시와 감독도 철저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바이오 회사와 4차 산업혁명 기업의 경우 주식시장에 상장 할 때 차별화된 심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이들에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바이오 산업 이미지에 먹칠한 코오롱 티슈진의 인보사 사태가 터진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문턱은 낮추되 감시와 검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자본시장부장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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