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9·13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34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바닥 다지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반등 흐름으로 돌아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시장 불안시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경고하고, 실제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서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안정 흐름 속에서 관망하던 대기 수요가 재건축발(發) 상승 흐름에 편승해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관망하자는 심리가 여전히 큰데다. 강력한 대출 규제가 버티고 있어 투기 수요를 촉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국지적인 상승세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4일 한국감정원이 7월 첫째 주(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2% 오르며 작년 11월 첫째 주 이후 34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이미 6월 중순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서울 집값은 지난 4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멈추더니 강남4구에서 지난달 말 반등했고 이번 주에는 강북권까지 집값이 고개를 들며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강화될 가능성 등으로 재건축 단지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대신 인근 신축단지들이 키맞추기를 하면서 아파트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시장이 조금이라도 과열된다면 준비 중인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 규제가 투기 세력을 겨냥하는 반면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은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의 움직임에 따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정부 대책이 나오더라도 학교,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늘 있다"며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이 어려워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간이 있는 매물이 거래되자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가 1주택자 양도세 부담 강화, 재건축 허용 연한 연장,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추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경기 둔화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내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시각도 있다.

국세청이 11월 하순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하는 데다 내년부터는 1주택자라도 실거주가 2년 미만인 주택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대폭 줄어 절세를 위해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지만 추세를 형성하긴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에도 과세기준일 직전에 매도가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집주인들이 임대주택 등록이나 증여를 선택하며 실현되진 않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보유세 때문에 매도하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5%고 세부담 상한선도 있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엄청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며 세 부담이 급증한 것이 사실이나 보유세가 확정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 오히려 호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집값이 급등하기에는 경기나 대출 여건이 좋지 않다.

박 위원은 "대출 규제가 여전히 강하고 거시경제도 불안하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소비자들이 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어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도, 크게 오르기도 힘들다"고 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 하에서 집값이 급등하긴 어렵다. 거래량도 여전히 적어 일부 거래가 시세를 과잉 대표하는 경향도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추가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다시 꺾이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국지적으로 더 오르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강동구는 대단지 입주로 전셋값 등이 안정적이겠지만 동작구, 용산구, 서초구 등은 올해 입주가 적고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도 있어 매물이 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14시 47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