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5일 오후 시청 인근에서 본점 직원들에게 '치맥'을 쏜다. 강요는 안 했지만, 부탁은 했다. 고참 행원보다는 신참 행원이 더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오는 8일에는 전국의 모든 영업점 직원들에게도 치맥을 배달한다. 셔터가 내려진 영업점 문을 두드리며 "나 행장인데" 하고 찾아가 직원들과 치맥 번개를 하는 진 행장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행장이 치맥을 쏘는 일은 이제 은행권에서 흔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영화관에서 직원들과 치맥을 한다. 올해 취임한 그도 직원들과의 첫 소통 행보로 호프집에서의 치맥을 선택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야구장에서 직원들과 치맥을 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매달 은행장과 문화·레저 프로그램을 즐기며 치맥을 나눈다.

치맥은 거들뿐 목적은 소통이다. 행장이 임원 아닌 직원을 마주할 기회가 좀처럼 없어서다. 그래서 행장들은 지갑을 연다. 그렇게 귀도 열고 마음도 연다.

행장이 달라졌다, 아니 은행이 달라졌다. 연공서열을 따르고 가장 보수적이었던 조직이 이제는 유연함을 찾는다. 수직 문화가 만연했던 은행이 세상이 뒤집혔다며 수평 문화를 좇는다.

그래서 유니폼도 없애고, 배지도 바꾼다. 목걸이 명찰, 명함처럼 정체성을 보여주던 물건에도 변화가 생겼다. '계급장' 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물론 쉽진 않다. 앞뒤로 앉아 근무하던 팀장과 팀원이 나란히 앉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서로가 이해될 리 만무하다. 옆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직원들과 치맥을 했다는 한 시중 은행장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가 되지 않으면 이제는 행장도 버티기 힘든 자리"라며 웃었다.

시쳇말로 리더십은 지갑에서 나온다지만, 지갑보다 더 열어야 할 것은 귀다. 행장은 물론 이 시대 모든 '장(長)'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오늘 호프집에서도 지갑보다는 귀가 더 열리길 기대해본다. (정책금융부 정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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