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본의 무역전쟁 선포
[데스크 칼럼] 일본의 무역전쟁 선포
  • 황병극 기자
  • 승인 2019.07.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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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이 없으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고,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주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채택한 공동성명서, 이른바 '오사카 선언'의 일부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담 의장국의 수장으로서, 이런 내용의 공동성명을 끌어내고 직접 발표했다.

자유무역을 강조한 공동성명서의 잉크도 채 마르지 시점에 아베 총리가 "한국은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라면서 한국에 대해 보복적인 내용을 담은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수소(애칭가스)에 대해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한국의 주력수출제품인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핵심 소재 및 부품이다.

한국도 바빠졌다. 세계 1위,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데 설상가상으로 세계 3위 경제국인 일본이 사실상 한국에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경제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의 수출 규제는 명백한 경제 보복"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에 대해 내부검토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에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강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 상임위원회에서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는 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정면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정부의 대응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언젠가 일본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실 수십 년 전부터 대일본 무역적자 현상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한 한국의 지나친 기술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241억달러에 달한다. 대략 28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에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다. 20년 전인 1999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해 대일 무역적자는 83억달러였다. 그때도 일본은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었다. 당시 대일 무역적자는 한국이 두번째로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43억달러보다 2배나 많았다. 일본 부품이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물물교환 형태의 무역을 시작했다. 일본이 선택한 자유무역 규제로 양국 구성원 모두의 복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무역통계를 보면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은 5대 수출국이면서 3위의 수입국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은 3위 수출국이다. 일본 전체 수출금액의 7.1%를 한국이 담당한다. 작년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754만명에 달한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4명 중에서 1명이 한국인이었다는 의미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국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일본 관광 자제와 같은 목소리가 뜨겁다. 무역보복이 현실화하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문제는 일본도 자신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한국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점이다. 이번 한일 무역갈등이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크게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술 개발이나 핵심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 추진은 기본이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무역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점검하고, 환경변화에 맞춰 수출입의 다변화와 같은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기술이 없으면 언제든 당할 수밖에 없고,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IT 강국'이란 명성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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