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중소기업에 극심한 피해를 안겼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가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수장이 바뀌면서 피해기업의 한을 풀어줄지 이목이 쏠린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이달 중순 4곳(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의 키코 피해기업이 신청한 분쟁조정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들이 키코를 계약하고 입은 피해는 1천688억원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한 이후 약 10여년 만이다.

지금까지 키코에 가입한 업체는 1천여개가 넘는 실정이다. 총 피해액은 약 20~30조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이후 키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산으로 이어지자 피해기업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키코 상품구조가 은행에 유리하도록 짜였고 불완전판매 등 위법소지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9월, 키코는 대법원판결에서 키코 계약이 사기가 아니라며 피해기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보 제공에 대한 설명 의무가 부족한 부분만 인정했다. 그럼에도 키코 사건이 지금까지 다시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에 키코가 결부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키코 사건을 금융 3대 적폐로 규정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키코의 재조사를 권고하면서 키코는 재부상했다. 당시 혁신위원장은 현재 윤석헌 금감원장이다.

금감원 분조위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도 피해기업 보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피해기업 구제를 강조한 데 이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은행들이 키코에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키코 공대위는 키코 사건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적폐청산의 과제를 진두지휘하는 신임 검찰총장에 윤석열 후보자가 올랐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오는 8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검찰총장이 바뀌면 키코 사건의 재수사까지 이어질지가 최대 관건이다.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키코 사건은 수사 의지가 강했던 담당검사의 교체, 은행 유죄 입증 증거자료 누락, 법원의 은행 압수수색 영장 기각, 키코 관련 판사 및 대법관 사법농단 가담 의혹, 양승태의 키코사건 재판거래 등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어 "키코를 판매한 은행 고위관계자 등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은 재조사한 키코의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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