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페이스북이 내년 출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상통화 '리브라'가 뱅크런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리브라 이해 및 관련 동향' 자료를 발표했다. 단, 언론 등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금융위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리브라는 금융안정성과 금융위기, 자금세탁, 통화정책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에 이전할 경우 리브라 적립금은 2조 달러를 초과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은행들의 지불능력이 하락하고 대출금이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뿐 아니라 막대한 해외 자금 이전으로 인해 국제수지가 취약한 신흥시장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해당 자료는 금융위기나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법정 화폐에서 리브라로 자금이 쏠리는 일종의 뱅크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법정 화폐와 리브라의 자유로운 환전·신속한 해외송금은 국제 자본이동과 관련한 정책적 대응 능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리브라는 외화로 교환이 가능해 위기시 국가 간 대규모 자본이동이나 환율 및 자산가격의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리브라가 중앙은행의 통화를 대체하거나 중앙은행의 통화와 병행 사용됨으로써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은행 산업에 대한 영향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위는 "페이스북이 고객 자금으로 은행 예금 대신 채권 등을 매입할 경우 은행 재무 상태가 위축될 수 있고, 리브라가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해외송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은행의 해외송금 수익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역시 리브라의 준비금에 포함된 법정통화의 가치가 상승할 시 환손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예금보험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 밖에 리브라는 가치를 보장하는 방식이 불분명하고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실체가 확정되지 않다는 평가도 받았다.

다만 금융위는 리브라가 현재 출시된 다른 가상통화에 비해서는 상용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가상통화가 높은 가격 변동성을 가진 반면 리브라는 준비금을 통해 가치를 보장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가격 변동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페이스북이 다수 이용자를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로, 여러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리브라 협회를 구성하는 등 범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봤다.

해외 주요 감독기관들은 대체로 리브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중앙은행이 리브라를 매우 조심스럽게 바라볼 것이며 규제 및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기대수준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재무부와 영국 금융감독청(FCA), 영란은행도 페이스북 계획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협업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가상통화와 관련한 G7 태스크포스를 창설하고, 가상통화가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소비자보호법 등 규제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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