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상장협 의결권 자문위원회 '셀프감독' 논란 피할까
[현장에서] 상장협 의결권 자문위원회 '셀프감독' 논란 피할까
  • 홍경표 기자
  • 승인 2019.07.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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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의결권 자문위원회를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장 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상장협이 기업 지배구조 감독 역할을 하는 자문 기구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상장협은 지배구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 작성과 기관투자자의 주주권행사 기준에 대한 의견제시 등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상장협은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의결권 자문사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게 의안 분석 자문을 함으로써 기업 주총 의사결정과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준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들은 몇백개에 달하는 투자기업을 일일이 들여다볼 여유가 많지 않고, 자문사의 의견을 상당수 반영한다. 공제회 중 한 곳은 3개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모두 받은 후, 자문사 의견 중 다수결로 주총 찬반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에 미국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를 사실상의 지배구조 감독 기관, 행동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 전 세계 최대 기관투자자인 블랙록이 주총에서 찬성한 의안 중 87.9%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의견을 따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화하면서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나섰고,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결권 자문 내용의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 의결권 자문사와 관련된 별도의 규제나 감독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상장협은 상장회사의 권익 옹호와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정관에서 목적으로 하고, 상장회사들로부터 회비를 지원받는다.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만든 위원회가 기업 감독을 하는 의결권 자문 역할을 맡는다면 '셀프감독'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위원회를 각 분야의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고 의결권 자문서비스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이해 상충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결권 자문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적인 방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이익 상충이 예상되는 중요한 관계와 의결권 자문사가 의안을 분석하면서 얻게 되는 중대한 이익을 공개하도록 장려한다.

의안 분석의 방법론을 공개하고, 의결권 행사 결정에 대한 대략적인 지침 및 구체적인 의안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 등도 추후 공시하는 것도 공정성 확보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등 의결권 행사를 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의결권 자문사들의 서비스를 엄격히 평가하고, 이를 공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산운용부 홍경표 기자)

kp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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