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수출제한 조치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회사채 시장 내 일본계 투자자들의 향후 동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간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 미쓰이스미모토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들은 초저금리 자금을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우량채에 투자하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난 1일 일본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도 이들의 이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일본계 은행들의 투자 기조에도 변화를 줄 경우 이들 수요를 염두에 두고 회사채 시장을 찾았던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계획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9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에도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일본계 은행들이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일본계 은행들의 향후 투자 기조가 어떻게 변화할 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일본계 은행들은 그간 거래를 이어온 롯데그룹 계열 회사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인 지난 3일 롯데지주는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쓰이스미모토은행은 1천500억원 규모로 예정됐던 3년물에 600억원의 주문을 넣어 물량을 확보했다.

특히, 롯데지주 3년물의 희망금리밴드 하단은 'AA' 등급민평 대비 -20bp를 차감한 수준이었는데, 미쓰이스미모토는 조달금리 측면에서의 강점을 내세워 -12bp에 600억원의 주문을 넣었다.

주문의 규모 또한 가장 큰 축에 속했다.

국민연금이 다양한 밴드에 걸쳐 총 900억원을 투자하긴 했지만, 당초 목표였던 1천500억원 내에 들어온 물량은 대부분은 미쓰이스미모토가 넣은 주문이었다.

DCM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인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투자해왔다"며 "자금력과 금리 측면에서 강점을 바탕으로 대부분 밴드 하단을 중심으로 투자해 무조건 물량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실시됐던 롯데제과와 LG유플러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일본계 투자자는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미즈호코퍼레이트는 롯데제과와 LG유플러스가 실시한 수요예측에 참여해 각각 500억원의 '뭉칫돈'을 투입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마트와 삼성물산 등의 국내 우량채에 잇따라 투자하며 기업들의 금리 절감에 도움을 준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달 초 수요예측을 실시했던 현대오일뱅크 회사채에서는 참여하지 않는 등 상황을 고려해 선별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본계 은행들의 투자 기조가 변화하더라도 국내 회사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들이 향후 보수적인 접근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일본계 투자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AA급 3년물의 경우에는 이미 국내에서 수요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일본계 투자자들은 금리 차이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지만, 최근 국내 금리도 낮아지면서투자 강도도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9시 3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