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랜드가 4년 만에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8월 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 안건을 잠정 보류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장 운영자금이 필요 없음에도 회사채를 발행, 부채비율을 일부러 늘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부채비율을 150% 이하로 끌어내리는 게 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이후 시장 상황 등을 살펴 다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랜드는 핵심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을 통해 회사채 발행 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성과가 나오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확인하려는 의지였다.

투자자들에게 개선된 재무 건전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공모채 시장 복귀를 추진한 것이다.

이랜드가 보증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것은 4년 만으로,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기존 입장을 바꿔 회사채 발행을 보류한 것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이후 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특수목적법인(SPC) 2곳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프리 IPO 약정이 종료됨에 따라 SPC를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던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기 위한 조치다.

기업결합 심사 후 이랜드월드의 이랜드리테일 지분율은 97.2%까지 치솟는다.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되레 그룹의 사업 리스크를 키우는 셈이 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신용등급 정기평가에 이러한 이유를 반영해 'BBB+(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기평 관계자는 "프리 IPO 당시 이랜드월드가 출자해 설립한 SPC의 기업결합으로 재무위험이 높은 계열사와의 연계도가 강화된 점을 신용등급에 새롭게 반영했다"면서 "향후 그룹 재무안정성이 악화돼 계열부담이 추가 확대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 A급 복귀를 추진하던 이랜드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랜드는 회사채 발행과 함께 연내 신용등급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방위 노력도 진행해 왔다.

IB 업계 관계자는 "A급 복귀를 위해선 계열 간 재무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수치가 필요한데 아직 시장에 시그널을 줄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회사채 발행 역시 이와 연계되어 있다 보니 성급히 추진할 이유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8시 5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