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일본의 경제 제재가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산 소재의 100% 국내 대체는 어려우며, 일본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경연이 10일 여의도 전경련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한일 무역 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 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해 0.15~0.22%의 GDP 손실에 그친다"며 "반면 이번처럼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만 존재할 경우와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수출규제로 맞대응할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제재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로 피해규모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수출규제로 대응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 3.1%, 1.8%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며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GDP는 4.2~5.4%로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할 확률이 높다"며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감소 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제제재가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한일 무역분쟁에 따른 미국의 GDP 증가는 0.0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의 생산이 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해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반도체 산업 부문의 발제를 맡은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이 소재 수출에 대한 승인 자체를 불허할 경우 산업 전반의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대체 주장에 대해서도 "무역규제가 완화될 경우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며 "국내 기업이 이달 초부터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 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며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맞대응 확전 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돼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세미나 개회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일주일여 만에 한국 증시에서 51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이번 통상갈등은 대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중소기업과 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이번 조치로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 역시 수출 제한을 비롯한 통상정책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일본의 2차 3차 보복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으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역시 분쟁을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한일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데다 미중 무역 전쟁과 생산성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와 산업을 생각할 때 조속한 해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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