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업이 총알받이인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총수들을 초청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데 대해 한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두고 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그러나 국회가 기업을 걱정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5천여개 금융회사 데이터와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경제'의 목줄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지금까지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 이야기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걸고 금융위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법안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비식별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반으로, 본인 신용정보 통합조회서비스인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데이터 전문기관을 통한 이종 산업간 데이터 결합 등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마이데이터산업 도입과 신용정보원의 빅데이터 인프라, 데이터 거래소 등의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운영에 불과하다.

핀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이용을 위해 여전히 개별 금융사들과 계약을 맺고 있고, 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인프라의 데이터 속성도 제한돼 있다. 이종 산업간 데이터 유통이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거래소'도 요원하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로 설립된 '귀양 빅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 2천여개 기업이 데이터를 거래 중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이미 늦어버린 출발조차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는 오픈뱅킹을 넘어서 비금융 파트너사와도 데이터를 공유하는 오픈 X 체제로 가고 있다"며 "오픈뱅킹 시행이 10월로 예정된 만큼 그 안에는 신용정보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성 있는 기업들이 '2년 시한부'가 된 것도 문제다. 정부는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소·핀크·신한카드·더존비즈온 등 4개 기업에 신용정보법 특례를 적용했지만 혁신서비스는 2년간만 테스트 기간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역시 '정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공청회나 정부 설득을 통해 이견이 해소된 상태라 법안소위만 열리면 1순위로 통과시킬 분위기"라면서 "야당이 얻을 것이 없으니까 (법안소위에) 올려주지 못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신용정보법만 통과되면…" 1년째 금융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신용정보법이 국회에 묵혀 있는 동안 어쩌면 10년 뒤, 20년 뒤의 금융혁신 '유니콘'들도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묻힐지 모른다. 기업이 총알받이인가. 국회도 이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정책금융부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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