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카드업계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이 일종의 '파일럿(pilot) 에피소드'과 같다고 보고 있다.

파일럿 에피소드는 본격적인 시리즈를 방영하기 전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나올지를 테스트해보는 방송사의 위험담보물이다.

파일럿 에피소드가 반응을 얻어야 제작사는 드라마의 시즌2를 확정한다. 반대의 경우 추가 시즌 없이 시즌1으로 끝나고 만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얼마나 수익을 올릴지도 모르는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파일럿 에피소드는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과 맥을 같이 한다.

오히려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은 여러 면에서 실패 가능성이 크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역마진을 감수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중금리대출 활성화 의지와 카드사들의 입장이 다른 셈이다.

중금리 대출 금리 수준이 한꺼번에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점을 카드사들은 우려한다.

지난 1일부터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상품은 평균금리 11.0%를 유지해야 하고 최고금리도 14.5%를 넘어서는 안 된다. 대출금리가 기존대비 5.5%포인트가 떨어졌다.

최근 출시한 카드사들의 중금리 대출은 모두 최고금리가 14.5%를 넘지 않는다.

대출 금리가 낮아져 고객들이 대출을 많이 이용한다고 해도 카드사의 이익이 크게 나지 않을뿐더러 카드사 입장에서도 역마진을 감수하고 상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추기가 어렵다.

금리를 낮춰놓아봤자 금융위가 소비자들에게 생색내기는 좋지만, 업계 현실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금리가 더 떨어진 상황에서 그동안 중금리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새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계속 상품출시를 검토는 하겠다고 하면서도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금융지주사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보다 대출을 위한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카드 대출은 조달뿐 아니라 회원들의 예상 부도율, 부도시 손실률 등을 고려해 산정해야 하고 카드사들은 이를 모두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중금리 대출에 따른 충당금 적립금 기준이 상향조정된 것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봐도 조달금리와 대출금리의 마진을 통해 얻는 수익이 크게 작아져 카드사 입장에서 중금리상품을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강조했다.(자산운용부 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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