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보름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엇갈린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지난 9일 이후 전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이번 주 들어 1,182.30원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상승 우위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상·하원 증언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 전까지 지난주 1,140원대 후반부터 1,180원대까지 훌쩍 튀어 오르면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불안 심리를 함께 반영했다.

증시 분위기는 의외로 훈훈한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를 타깃으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강세를 보였다.

전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43% 오른 4만6천200원에 마감했다.

사흘 연속 상승한 것으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28일 종가(4만7천원)에 거의 근접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6만9천500원)보다 주가가 오히려 8.63% 상승했다.






<삼성전자(붉은색) 주가와 달러-원 환율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

A 외국계 증권사의 외환딜러는 "국내증시에서 지난 3일 동안 크게 오른 종목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밖에 없다"며 "일본 수출 제재 타격이 우려된다면 글로벌 IT 종목들 주가가 이렇게 오를 수 없는데 증시는 걱정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D램이나 디스플레이 패널에 공급 애로가 있을 거라 걱정한다면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주식이 조정을 받아야 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유일하게 달러-원 시장만 걱정하고 있다. 증시와 환시 둘 중 하나는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참가자들 간에 시차가 있는 데다 증시의 경우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라는 단기적 호재를 먼저 반영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서 이달부터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제재가 반도체 업황에 악재이긴 한데 단기적으로 수급 불균형 해소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하면서 재고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며 "이슈가 단기간에 해소될 경우 IT 업종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한 차례 가격 반영이 끝난 만큼 향후 시장 움직임은 한일 무역 분쟁의 장기화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적 문제 해결로 단기간에 해결될 경우 증시가 선제적으로 반응하면서 달러-원 환율이 따라가겠으나 장기화할 경우 재차 원화 약세, 증시 자금 이탈 등 동시다발적 불안 요소가 잠재하고 있는 셈이다.

B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환 시장의 경우 국내 금리와 해외 금리, 통화정책 등 매크로한 부분을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어 증시보다는 약간 느릴 수 있다"며 "외환 시장에선 실수요 물량이 래깅돼 나올 수 있는데 외국인이 주식을 오늘 사더라도 내일 환헤지 수요가 외환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일종의 '타임래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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