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2~3% 감소 전망은 무리한 가정 탓

반도체 생태계 재편없어…경쟁업체 증설 가능성도↓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직격탄'일 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서진교 무역통상실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세종국책연구단지 KIEP에서 열린 현안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3% 감소 효과가 있다는 건 무리한 가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경제제재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하면 우리나라의 GDP는 2.2% 감소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45%로 확대하면 GDP 손실분은 -4.2~5.4%로 확대된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KIEP가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1년 반도체 수출이 830억달러 수준이고, LCD패널이 140억~150억달러여서 2개를 합치면 1천억달러 정도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제한 강화 조치로 수출의 절반인 500억달러 줄었다고 하고, 전후방산업에 영향을 미쳐서 1천억달러 손실이 났다고 가정하자"며 "작년 우리나라 GDP가 1조5천억달러인데 1천억달러 손실은 대략 0.5~0.6%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라 전략물자에 품목에 제한이 전부 생기는 등 엄청난 수출손실이 있어서라는 무리한 가정을 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배찬권 무역통상실장도 "일부에서 제시한 것처럼 매우 큰 폭의 성장률 저하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실장은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의 생산 차질은 단기적으로 전후방에 위치한 업체들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경쟁업체인 도시바나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물량증가와 가격상승이라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재편이 이를 정도의 파급이라고 보는 것은 경계했다.

배 실장은 "반도체 산업이 재편되기 위해서는 경쟁업체가 반도체 공급을 늘려야 하고, 그걸 토대로 글로벌 공급사슬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투자, 신규투자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라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중국의 경우에도 국가적 차원에서 메모리반도체 육성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면서도 "투자가 단행되고 생산라인을 돌리면서 양산체계가 안정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부연했다.

이 경우, 경쟁업체가 증설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막대한 손실 가능성을 볼 수밖에 없다.

배 실장은 "결론적으로 이런 일본 수출제한조치가 반도체 근본적인 구조변화, 글로벌공급체계 변화로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추정했다.

김규판 선진경제실장도 두 전문가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김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볼 때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산업에 그렇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조한다"면서 일단 수출제한이 걸린 품목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우선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중에서도 규제 대상이 되는 건 극자외선(EUV) 노광으로,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절대적인 경쟁력을 보이는 메모리반도체하고는 무관하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메모리반도체는 ARF라는 별도의 레지스트가 필요한데 정상적으로 수입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다만, EUV 레지스트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반도체 산업으로 거론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연관이 있어 장기적으로 조치가 이어지면 성장잠재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KIEP는 전했다.

강태수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도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단어는 기술분업"이라며 "반도체는 공정이 수백개가 되는 만큼 서로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 이후 일본의 불화수소를 만드는 스텔라 케미파(Stella Chemifa) 업체의 주가가 이틀 만에 5% 내려갔다"면서 "다른 레지스트 생산업체도 1~2% 하락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 분업체계는 기업이 선택한 것인데, 이걸 깬다는 것은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게 강 선임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일본산 불화수소의 85%는 우리나라에 팔린다.

강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모든 나라가 주도하는 최첨단기술에서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일 건데, 이렇게 피해를 보는 나라가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영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에 파문이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면서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감광재),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가지 품목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은 내달 중으로 우리나라를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화학약품과 전자부품, 공작기계, 차량용 전지 등 다수의 품목에서 수출 규제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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