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들이 오는 16일부터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대로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의 대출금리가 27bp가량 인하한다면 1억원의 대출을 받은 고객은 연간 30만원 가까운 이자를 절감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경기 둔화를 이유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선택하고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한다면 새로운 코픽스가 적용된 대출의 실질적인 효과가 가시화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잔액 기준 코픽스를 처음으로 공시한다.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상품의 가중평균금리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돼왔다. 그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 매도 등만 포함됐으나 이번에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이 추가됐다. 결제성 자금의 경우 사실상 금리가 0%와 마찬가지기 때문에 싼값에 조달한 자금이 더해진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의 대출금리가 낮아지게 된다.

시중은행은 코픽스에 비용개념의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해왔다. 매달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면 이튿날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적용된다.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권의 불투명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바로잡고, 금융소비자의 금융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자가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탈 때 강화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환대출의 경우 현시점의 규제를 적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일종의 한시적 유예를 준 셈이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대출 한도는 기존 대출 잔액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국내외 짙어지는 금리 인하 기조다.

시장전문가들은 늦어도 다음 달, 이르면 이번 주에라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국내 설비투자 감소, 반도체 경기 둔화,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친 만큼 한은도 정부의 정책에 공조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내려간다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2%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 현재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도 최저 2%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의 금리 추세를 고려해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를 도입한 게 아니다"며 "현재 상황만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진단하고 예상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 도입에 따른 효과가 당장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이자 수익이 줄며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지만, 현 상황에서는 대환대출의 수요를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 신규대출액 중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3%다. 대출 고객의 절반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지만, 중도상환수수료와 향후 금리 인하 기조를 고려하면 얼마나 대환대출 수요가 있을지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아직 새로운 잔액 기준 코픽스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내다보기 어렵다"며 "이미 은행들이 마진관리를 위해 급여 기반의 저원가성 예금을 유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물론 당국이 이자 절감 효과를 1조원까지 내다본 만큼 어느 정도 수익 감소는 고려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마다 대출 구조가 다른 만큼 최소 1년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7시 4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