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2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 관세를 25%로 인상하면서 미국기업들의 중국 탈출 속도가 빨라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바람대로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고 베트남과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 중국 주변국으로 기지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발업체인 크록스와 맥주 쿨러 제조사인 예티, 로봇청소기 업체인 아이로봇, 고프로 등이 관세를 피해 공장을 이전했다.

애플 역시 최종 조립라인의 일부 장비를 중국에서 옮기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구 제조사인 러브색은 올해 초 중국 생산 비중이 75%였으나 지금은 60% 줄었다.

업체의 숀 넬슨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공격적으로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중국에서 생산이 아예 이뤄지지 않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이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의 질서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미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의 경영진들은 새로운 설비에 들어가는 비용에다 선적 협정 변경을 고려해 설비 이전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넬슨 CEO는 "한 번 옮기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티홀딩스는 연말까지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부분 소프트쿨러의 생산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로봇은 올해 새로운 룸바 라인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록스 역시 내년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이 지난 6월 30% 수준이었던 중국산이 내년에는 10%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디젤엔진 제조업체 커민스는 인도와 타국으로 생산을 일부 옮기면서 5천억달러의 관세 비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5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이는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미 기업들의 중국을 등지고 생산비용이 낮은 베트남과 인도, 대만,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이들 국가의 수출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다만 일부에서는 관세를 피하려는 목적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이들 국가를 거쳐 별다른 생산과정의 추가 없이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컨설팅업체 AT커니는 미국의 베트남산 수입은 올해 648억달러로 전년대비 3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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