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일본의 수출 규제로 공급이 막힌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생산 업체에 납품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단 국내 생산 업체를 통해 우회로를 확보하자는 차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납품 물량 확대 요청을 받은 일부 업체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증설에 돌입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핵심 소재에 대한 본격적인 '탈(脫)일본' 체제에 나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석 달 정도의 불화수소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를 통해 받는 물량 중 일부는 제조 공정에 바로 투입하고, 일부는 테스트를 거쳐 재고 소진 이후에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일본 제품처럼 12N(99.9999999999%, 12-nine)급 고순도는 아니지만, 일부 테스트를 거쳐 보정을 거치면 반도체 생산에 적용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A사 관계자는 16일 "그간 고순도 불화수소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최근 물량 확대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A사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등이 그간 일부 국내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일부 사용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산화 비율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순도 불화수소 계열인 C4F6(육불화부타디엔)을 공급해 온 B사의 경우 납품 확대 요청을 받고, 증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내 불화수소 생산업체들은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요청으로 자체 국산화 기술을 구축해 왔고 원재료부터 계면활성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고순도 불화수소 제조 기술의 상당 수준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스텔라화학과 모리타화락 등으로부터 대부분의 물량을 받아 반도체 공정에 투입해 왔다.

B사 관계자는 "그간 국내 업체들이 기술을 축적해 온 만큼 경쟁력도 향상됐다"면서 "일본산을 대체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생산량을 일시에 대폭 늘리기는 어렵고, 증설에 나섰더라도 본격 생산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수급 악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을 본격화하기까지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루 단위로 소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 1~5월 기준 고순도 불화수소의 수입 의존도는 43.9%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설비 증설을 돕고, 러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수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로 09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인포맥스 금융정보 서비스 문의 (398-5209)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