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16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부터 20일까지 5일간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주재한다.

VCM은 각 사업군 현안 및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는 자리다.

우선 16~19일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롯데그룹 내 4개 사업 부문(BU)별로 사장단 회의를 한 뒤 마지막 날인 20일 사업군별로 논의된 내용을 그룹 전반에 공유하는 통합 세션이 마련된다.

이날에는 지난 4일간의 VCM 참석자들이 모두 모인다.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의 금융부문 4개사도 참석할 예정이다. 매각이 결정되긴 했지만 향후에도 롯데와의 시너지 창출을 지속 모색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참석하기로 했다.

롯데 VCM은 매년 상·하반기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일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신 회장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신 회장은 지난 6일 일본 출장길에 올라 15일 귀국했다. 매년 6월 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이후 7월 초 일본 금융사 관계자를 만나왔지만 열흘이 넘은 적은 없었다.

신 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에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스미토모 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현지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일본 금융권을 통한 차입 비중이 높은 만큼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 조치가 혹시라도 금융권으로 번질 것인지 분위기를 확인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일본 금융권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차입과 투자금 등을 유치하고 있어 만약 일본 정부가 금융규제에 나설 경우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것으로 안다"면서 "출장에서 감지한 현지 분위기 등을 그룹 임원들에 전달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강조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신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 시절부터 쌓아온 인맥 등 정·관·재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오랜 기간 교류해왔다. 실제로 4년 전 도쿄에서 열린 신 회장 장남 결혼식 피로연엔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 정·재계 고위층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롯데그룹 내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한편,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협조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또 유니클로,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아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수출규제와 불매운동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롯데쇼핑은 유니클로 지분 49%, 롯데상사는 무인양품 지분 40%, 롯데칠성은 롯데아사히주류의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롯데 제품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이번 출장 기간이 길어진 것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따라서 신 회장이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 마련을 주문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현지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전방위적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양국의 정치·외교 문제이기 때문에 신 회장이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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