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월가 은행들이 점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할 환율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요아힘 펠스 핌코 글로벌 경제 자문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5년 중 2018년 초에 잠시 중단됐던 환율 냉전이 주요 교역국 사이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라며 "더구나 지금은 미국과 다른 중앙은행들의 직접적 개입을 통한 전면적 환율전쟁으로 고조될 가능성도 더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달러화 가치나 타국의 환율 가치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이달 3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이 통화정책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며 우리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드라기 총재를 향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와 골드만삭스도 미국의 환시 개입 위험이 아직은 낮지만,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과 관련한 이슈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준 상황에서 환율전쟁 이슈가 불거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환시 개입은) 수십년간의 규범에 반하는 것이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대차대조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적어도 운영상의 측면에서 환시 개입은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직접적 개입보다는 구두 개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BAML의 벤 랜돌 G10 외환전략가는 미국의 환율 개입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미국이 행동보다 구두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추진하고, 이후 정부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된 '강달러 정책'이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랜돌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강달러에서 한발 물러나 "안정적인 달러를 원한다"고 발언해온 점을 지적하며 "그들이 강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랜돌은 정부가 강달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등 "정책을 설명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랜돌은 재무부가 달러화 가치와 달러화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을 통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며 화력이 제한적이지만, 개입 규모가 작더라도 이는 (시장에) 신호를 보낼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랜돌은 직접적 개입 가능성은 작지만, 위험자산이 흔들리며 안전자산인 달러가 랠리를 보일 때 개입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목할 점은 현시점이 달러화 가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인하할 태세를 갖추면서 하락 압력을 받는 때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8년간 지속한 달러 랠리가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 시장 전략가는 무역 가중 표시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달러 변동성도 크게 낮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챈들러는 미 국채금리와 독일, 영국, 일본 국채금리 간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있다며 "이는 달러 랠리가 마지막 단계에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챈들러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개입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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