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정부가 기업들의 국내 투자 감소 이유로 대외여건의 악화를 꼽았지만, 이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논리 모순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대외여건 악화가 이유라면 국내외 투자가 모두 감소해야 자연스럽지만 기업들이 유독 국내에만 투자를 꺼리면서 정부의 정책 책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소비의 완만한 증가에도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며 대외 여건이 악화한 점을 강조했다.

기재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업황 부진 지속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4월과 5월에도 전년 대비 각각 6.3%, 11.5% 감소해 전년 동월 기준으로 올해 마이너스(-) 상황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 행위 자체가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1분기 해외직접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국내로 제한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1천만 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44.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은 140.2%나 증가했고, 금융보험업은 48.2%, 부동산업은 36.4% 늘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으로의 진출은 보호 무역 등 글로벌 교역 환경의 변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해외투자에는 저임금을 활용할 목적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구체적으로 국내 환경이 나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책임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최저임금 등 정책 자체를 (국내투자가) 더 악화하도록 만들었다"며 "한국도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규제 완화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정책의 방향성을 고용에 맞췄다면 투자는 국내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말로만 하자고 하고 실제 후속조치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해외직접투자 분기별 규모. 출처 : 수출입은행>



증권투자에서도 해외로의 유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5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255억6천만 달러고,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액 107억7천만달러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자금이 147억9천만달러 더 많다.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 부진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해외 증권투자 역시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해외 금융 투자 확대는 한국을 대외 순채권국으로 만들기 때문에 금융 안정을 위한 완충 작용을 하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순 대외채권 보유국이면 건전성 부분에서 안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충격이 있을 때 완충 작용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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