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고금리 채권의 파티가 거의 끝나간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경기 둔화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데다 금리 하락 기조가 채권 투자 유인도 줄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미국 내 고등급 채권 또는 국채와 저등급의 고금리 회사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최근 375bp까지 축소됐다.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은 정크본드라고도 불리는 고금리 채권을 발행한다. 이들 채권을 투자하는 데는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하지만, 국채 대비 금리 프리미엄이 375bp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와 같은 스프레드라면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하는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MFS 투자운용의 필라 고메즈-브라보 채권 전무는 "크레디트 채권 투자자로서 (고금리물은) 더는 긍정적인 것을 얻을 수 없다. 현 시점에서는 오로지 단점만 있다"며 "기술적 신호가 시장 랠리를 시사하더라도 위험 감수에는 신중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2016년 한때 포트폴리오의 30%를 고금리로 채웠지만, 현재는 10%로 줄였다.

◇ 경기 둔화와 금리 하락 기조의 역풍

무엇보다 고금리 채권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이유로 경기 상황이 지목됐다. 시장은 경기 둔화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경기 둔화기에는 고금리채권이 불균형적으로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하락기에는 투자자가 기존 보유자에게 채권을 매입하는 것보다는 새로 매수하는 비용이 더 든다. 이미 채권을 보유한 이들은 시장이 더욱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 때문에 보유 자산을 줄일 수도 없다.

리도 어드바이저스의 제프 가든 CIO는 "하나의 언덕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언덕을 오를 때, 즉 금리가 낮을 때는 대단한 상황이다. 저금리로 경기가 부양되고 사업 비용더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일단, 언덕 정상에 오르면 상황은 하강 국면으로 바뀐다"며 "경기는 둔화하고 금리는 오른다. 시장은 이제 추가적인 경기 둔화 위험에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건 속에 고금리채권이 불안한 상태에 빠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플스 유나이티드 어드바이저스의 카리사 맥도노프 채권 전략가는 "고위험채권시장에서는 지난 5월에만 약 7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며 "이제 100억달러가 유출되는 것도 정상적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6주 사이에 고금리 채권과 국채의 금리 스프레드는 100bp가량 확대된 뒤에 재차 70bp 축소됐다.

맥도노프 전략가는 "작은 규모의 유동성이라도 시장에서 유입되거나 유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실제 유동성과 자금 흐름, 투자 심리에 민감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 "특이한 채권 찾는다면, 두통약도 챙겨라"

시장에서 고금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며 정크본드시장에서 리스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채권 발행 기업은 일반적으로 채권이 롤오버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 고금리채권 시장에서는 이런 기대를 갖기 어려워졌다.

맥도노프 전략가는 "시장이 자금을 회수하고 채권 발행 기업은 자본 접근이 어려워진다면 발행된 채권의 롤오버도 어려워진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은 채권의 디폴트 비율 증대로 이어진다. 디폴트 기업 숫자가 늘어나고 채권의 수익성도 떨어지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도 전반적인 타격을 입는다.

고메즈-브라보 전무는 "(고금리) 크레디트시장에 들어오려면 기업의 디폴트 리스크와 등급 강등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지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보르 자산운용의 패트릭 맥도웰 매니저는 "지난 10년간 채권은 거의 독점적으로 고금리물만 담았고, 다른 채권과 비교해 비교적 좋은 전략을 이어왔다"면서도 "최근 고금리 구매를 극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든 CIO는 "현시점에서 고금리물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얼마 전까지 매우 좋은 수익을 올렸지만, 향후 6~12개월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고금리 채권을 팔아치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는 신중하게 취사선택해서 고금리 ETF 등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메즈-브라보 "매우 선택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라며 "고금리 채권에서 투자자가 좋아하는 특이한(idiosyncratic) 위험을 선택해 보라. 그러면 만약을 위해서라도 다음 날 아침에 두통약을 챙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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