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7월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전에 열려서 선제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다"(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이 앞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본 후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채권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달 금통위 때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의 경쟁적인 통화 완화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보면서도 절대 앞서 나가지 않는 한국은행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연준과 ECB의 결정을 확인하고서 결정하는 게 안전하다는 심리가 이번에도 금통위 전반에 작용하리라 보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이들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이달 기준금리 전망을 조사한 결과 13개 기관 중 5개 만이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서울채권시장 딜러들의 시각은 미묘하게 달라 보인다. 금통위가 이달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하는 딜러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연합인포맥스가 7월16일 오전 10시9분에 송고한 '7월 금통위 시나리오…'금리 인하+도비시' 아니라면 조정' 기사 참고). 채권을 직접 사고 파는,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한 시장 주체들이다 보니 분석가들과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의 금리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베팅 방향과도 무관치 않다. 금리 하락기 롱(채권매수) 포지션을 들고 있는 참가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얘기다. 실제 전망과는 무관하게 금리를 내리라고 한은을 압박하는 것일 수도 있다. 7월에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반기 중 한차례 추가 인하가 가능하고, 포지션에 따라 더 많은 이익을 낼 여지가 생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시장의 시각은 한은의 선제적인 인하에 큰 기대가 없다. 7월 금리 동결, 8월 인하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그동안 한은이 후행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물론 소규모 개방경제의 중앙은행인 한은이 항상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달러에 유동성 공급을 의존하는 비(非) 기축통화국의 한계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의 정책 방향에 일정 부분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그동안 한은이 후행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논리다.

그렇다 해도 한은이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인 경기 조절기능을 '선제적'으로 잘 해왔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경기 수축기에는 기준금리를 낮추고, 확장기에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통화정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데 한은 금통위의 결정이 엇박자를 타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경기는 이미 수축기에 진입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일본의 수출 제재 등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커졌고 경제 상황은 더 악화할 게 뻔하다. 금리를 언제 내려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매번 후행적이란 비판을 받으며 연준의 결정을 확인하려는 것은 한은의 위상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은과 닮은 꼴이라는 비 기축통화국 호주중앙은행(RBA)이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결단을 보여줬다는 점을 돌아보게 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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