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대신증권이 저성과자 영업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제 프레젠테이션(PT) 대회를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는 영업지원과 교육을 위한 자리라고 하지만 직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상자 선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저성과자들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한 자리라는 게 직원들의 지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대림동연수원과 동·서부지역본부에서 '자산관리(WM) 액티브 PT' 대회를 연다.

이 대회는 참석자들이 상품 제안 등에 대해 10분간 PT를 하고 이중 회차별로 우수직원 3명을 뽑아 시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참석자는 회사에서 명단을 작성해 공문으로 내려보낸 영업직원 125명이다.

대신증권은 '활동성 수익(금융수익과 오프라인 수익의 합) 하위자'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단에는 본사에서 근무하다 지점 발령받은 지 갓 6개월이 된 직원, 전략적 성과 창출 대상자 등이 포함됐다.

대신증권은 공문에서 영업 노하우와 우수사례,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이런 대회를 개최한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 대회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된다.

저성과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제로 PT 대회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영업 우수사례나 아이디어 공유'를 위한 자리라면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도 이 대회에 참가해야 하지만 이들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더욱 커졌다.

특히 참석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따돌림 등 사내 괴롭힘에 이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회가 과거의 부진자 집합교육을 형태만 바꾼 행사라는 목소리도 있다.

직원 A씨는 "대회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지 실적이 저조한 직원을 뽑아서 지정해서 하는 것은 괴롭히자는 취지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직원 B씨도 "PT대회는 과거부터 행해져 왔던 부진자 집합 교육을 교묘하게 이름만 바꿔서 실시하려는 것"이라며 "PT대회 참석자의 선정기준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오병화 대신증권 노조 지부장은 "교육 차원의 행사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대상자 선정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직원 중 대상자가 됐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대회가 영업 압박과 따돌림, 괴롭힘의 다른 형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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