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경 APG 이사 "한국에서 자본이 제 역할을 못 한다"
박유경 APG 이사 "한국에서 자본이 제 역할을 못 한다"
  • 김용갑 기자
  • 승인 2019.07.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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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박유경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책임투자부문 헤드(이사)는 한국에서 자본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본 공급자가 기업에 자본을 제공한 대가로 수익률,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야 하는 데 이를 하지 않는 탓이다. 박유경 이사는 자본이 제 역할을 못 해 한진그룹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박유경 APG 이사는 18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자본시장을 평가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은 산업화 시대 자본주의에 머물러 있다"며 "산업화 시대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제공자)이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백업'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박유경 이사는 "하지만 21세기 자본주의에서는 자본 공급자가 자본을 제공하는 대가로 일정 수준의 수익률,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주주 활동은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활동이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을 때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유경 이사는 자본 공급자 중에서 주식 투자자를 거론했다. 그는 "투자자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프리미엄이 없으면 투자자는 채권에 투자한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은 자본을 받아서 프리미엄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본(공급자)은 자본을 공급하고 끝낼 게 아니라 회사 경영진을 만나 주주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경 이사는 "대만 기업은 순이익의 80%를 배당한다"며 "현금흐름이 투명하고 자본 공급자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 기업은 돈을 벌어 어디에 쓰는지 모를 때가 많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유경 이사는 국내에서 자본이 제 역할을 못 해 한진그룹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진그룹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경영에 복귀했다.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한 지 14개월 만이다.

박 이사는 "해외에서 한진그룹 사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진그룹 같은 곳은 장기가치투자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박유경 이사는 이어 "한진그룹에 투자한 후 주주활동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며 "최근 KCGI와 공모 투자자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이사는 국내에서는 5대 그룹 아래에서 이 같은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과 기업이 정부와 시장의 감시를 덜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대기업 총수 일가는 평판을 걸고 투자해야 해서 부담이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리스크를 감내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박유경 APG 이사>

yg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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